‘수금 업무·월급 대신 건당 수당’ 구인광고 보고 일수 운용 회사로 알고 취직했다는데…
법원, 징역 1년2개월 선고
‘수금 업무를 한다. 회사가 알려주는 곳으로 가서 현금을 받아 말해준 통장으로 입금하면 된다. 교통비도 주고 월급 대신 건당 10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한다.’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했는데 이같은 근무 형태를 소개받았다면 어떤 직장일까. 보이스피싱 범행이 아닌, 회원제 곗돈을 수금하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3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 수금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이같이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9단독 김두희 판사는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4시20분께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정읍시 시장 인근으로 옮겨 피해자에게 1890만원을 건네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알려준 계좌로 무통장 입금했고 2시간여 만에 다시 충남 부여로 이동해 현금 1000만원을 받아 무통장 입금하는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혐의(사기방조)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음날인 12월 17일, 익산으로 가 현금 515만원을 건네받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법정에서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회원제 계 모임 또는 일수를 운용하는 회사에 정상적으로 취직한 줄 알았다’며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을 외면 또는 용인한 것”으로 봤다.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근거로 ▲A씨가 취직했다는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지도, 면접을 보지도 않고 SNS 메시지로 근무하기로 하는 등 취직과정이 비정상적인데다 ▲취직한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확인하거나 채용 담당자 등 회사 관계자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받으면서 이름과 직위 등을 사칭한 점 ▲피해자들의 돈을 무통장 입금한 회사가 A씨가 취직했다는 회사가 아닌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수금책 역할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완성과 이익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며 “범행에 일부 가담한 사람이라도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크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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