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통지·의견제출 기회도 안줘
법원 “5억9700만원 지급하라”
광주 광산구가 불법 아파트 분양 현수막을 내건 책임을 물어 18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물렸다가 대상자를 잘못 선정했다며 법원에서 제지당했다.
재판부는 “광산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A사가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합리적 근거 없이 A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지난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 13부(부장판사 송인경)는 A건설사가 광주 광산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A사에 5억9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광산구는 관할구역에 허가없이 부착된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 분양홍보 현수막에 적힌 명칭을 근거로 A사에 대해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를 적용, 22차례에 걸쳐 18억94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A사는 전체 과태료의 일부인 5억9700여만원을 납부한 뒤 소송을 냈다.
A사측은 ‘현수막을 설치하지도 않았는데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리고 부과 통지 일부를 다른 업체로 보낸 광산구의 행정 처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A사는 ‘과태료 부과 결정을 하면서 사전통지나 의견제출기회도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광산구는 “아파트 신축 사업 업무대행사에게 조합원 모집 시 명칭과 브랜드 사용을 허락한 만큼 업무대행사, 분양대행사와 공모해 현수막을 설치한 자에 해당한다”면서 “A사와 협의했다는 업무대행사 요청으로 해당 주소지로 부과 통지를 보낸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광산구가 과태료 부과 결정의 상대방을 A사로 잘못 지정했다”면서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해 당연 무효”라고 판단했다.
A사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 사업을 맡은 업무대행사에 시공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업체일 뿐, 해당 사업의 조합원 모집이나 분양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귀속자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업무대행사가 참여의향서상 A사의 승낙 범위를 넘어 임의로 광고물에 명칭을 게시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광산구가 과태료 부과 결정 전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부과 통지를 업무대행사로 보낸 것도 A사의 확인 절차가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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