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만여명에 광고비 명목
93억원 가로챈 사기사건
경찰·검찰 미흡한 수사 한몫
재판부도 5차례 이상 바뀌어
내달 24일 선고기일 결과 주목
법원이 6년 넘게 한 사건을 놓고 1심 재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기소된 지 6년이 넘었고 재판부는 5차례 이상, 담당 검사도 10차례 넘게 바뀌었지만 여태껏 1심 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검찰의 허술한 수사가 한몫을 했다는 법조계 시각도 있지만 이런 ‘늑장 재판’이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국민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심 재판만 6년 넘게 걸려=25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10명(법인 포함)에 대한 재판이 지난 2014년 8월 기소된 이후 6년이 넘도록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A씨 등은 광고대행업체를 차려놓고 텔레마케터 20여 명을 고용한 뒤, 전국의 자영업자 3만 7000여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인터넷 등에 광고를 내주겠다며 광고비 명목으로 1인당 3만∼30만원을 받는 등 9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뒤 검찰로 넘겨져 기소됐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5년 동안 진행됐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을 알아낸 뒤 수집한 개인정보를 결제대행사 휴대전화 소액결제시스템에 입력,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직원과 텔레마케터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었다.
이 재판은 6년 전인 2014년 8월26일 열린 뒤, 6년이 지난 아직도 광주지법에 ‘계류중’인 상태로, 지역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도망가 진행되지 않는 사건을 빼면 광주지법 최장기 미제(未濟) 사건”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사이 담당 재판부 판사가 5차례 넘게 바뀌었고, 공판 검사도 10차례 이상 변경됐다. 공소장만 300장이 넘고 검사가 신청한 증인도 150명에 달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없나=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 6년이 넘도록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27조 3항)이 규정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피고인들의 경우 기존 직장에서 일어난 일로 몇 해를 넘기며 재판에 불려 다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일을 하는데 지장을 받고 있는 만큼 신속한 재판을 하소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길어진 이유는 경찰과 검찰의 미흡한 수사가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흘러나온다. 증거 확보가 수사의 핵심인데도, 3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가로챈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를 꼼꼼히 챙겨서 재판에 넘긴 게 아니라, 뭉뚱거려 기소하다 보니 입증 과정에 어려움이 빚어지고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고인들이 “영업방식의 문제일 뿐 사기는 아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사기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재판부가 변경되고 검사가 바뀌면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담당 재판부는 올 들어서만 선고 일정을 네 차례 변경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24일 선고 기일을 잡아놓은 상태여서 6년 만에 결론이 날 지 주목된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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