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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탈수에 어지럼증…택배·건설노동자들 ‘폭염과 사투 중’

by 광주일보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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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노동자들 힘겨운 여름
건설현장 땡볕 근로에 파김치
무더위 속 건강 대책 마련 시급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전남이 연일 펄펄 끓고 있다. 33도가 넘는 폭염특보가 9일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폭염에 노출된 채 뛰어다니고 있다. 19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5.7도가 넘었다.

물·그늘·휴식.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작업장에 권고하고 있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이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덥다는데, 수도검침원, 택배노동자, 건설노동자 등에게 이런 수칙은 도움이 되고 있을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있으나마나한 정책”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광주일보가 폭염 속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택배 노동자, “무더위 시간을 피하라는데…. 말이 쉽지”=19일 오전 10시 30분 광주시 서구 덕흥동 물류창고에서 만난 CJ택배 노동자 문희승(51)씨는 오전 7시부터 분류작업을 끝내고 택배 배달에 나섰다.

가장 먼저 배달을 시작한 서구 화정지구대 인근에 주차하고 물건을 내리면서 시작된 땀은 금세 비오듯 쏟아졌다.

문씨의 파란색 유니폼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하루평균 200개가 넘는 택배상자를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해 시작부터 뛰어다녔다.

노동부의 폭염 안전대책(물·그늘·휴식)은 문씨에게는 예외엿다. 물 한모금 마실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물량을 정해진 시간 내 배달하려면 휴식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문씨는 말했다. 배달 출발전 고객들에게 통보한 배달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폭염에 무거운 택배를 나를 때면 숨도 가쁘고 힘이 빠진다. 30㎏가 넘는 택배 상자와 씨름을 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고 했다.

그나마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가 가장 시원하다. 하지만 배달을 위해서는 몇m마다 주차를 해야 하고 골목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다보면 차량에 있는 시간은 하루종일 일하는 시간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문씨는 “폭염에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배달을 끝마치면 머리가 멍하고 탈수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도검침원, “도로 전체가 찜질방이에요”=광산구 수도 검침원인 김광필(55)씨의 노란색 옷은 땀으로 젖어 색깔이 변했했다. 덥지만 고지서 종이·검침기·장갑 등을 넣어야 해 조끼까지 챙겨입어야 한다.

김씨는 19일 오후 1시께 광산구 산정동 일대를 비오듯 흘리는 땀을 닦으면서 고지서와 검침기계를 들고 돌아다녔다.

김씨는 “수도검침을 위해 하루평균 12㎞, 1만 5000보 이상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주택가와 공장들을 돌며 고지서를 배달하고 수도 계량기 덮개를 꼬챙이로 걷어올리고 허리를 숙이고 계량기 숫자를 확인, 검침기에 입력하는 단순작업이지만 온종일 걷는 일이다보니 내리꽂히는 햇빛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무더위가 심해지는 여름철이면 평소 출근시간인 오전 8시 30분보다 1시간 30분이나 먼저 시작하지만 찜통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강렬한 햇빛에 아스팔트 열기, 지나다니는 차량 열기까지 합쳐지면 숨이 턱 막힌다.

김씨는 “하루 200여개 계량기를 확인해야만 한 달 검침분량을 채울 수 있어 맘놓고 휴식하기란 남 얘기”라고 했다.

온 종일 걷는 일. 생수는 필수다. 하지만 500㎖ 생수 6병도 자신이 구입해야 한다.

아파트를 맡은 검침원들은 더하다고 한다. 아파트 동마다 계량기가 무거운 철판으로 덮여있는데, 10㎏가 넘는 철판을 들고 지하1~2m를 들락거려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사무실에는 냉장고에 시원한 얼음물도 비치해놓고 있어 괜찮은데 현장에서 일하는 검침원들의 야외 폭염 대책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 “야간에는 민원땜에 일 못해”=19일 오전 11시 30분께 광주시 찾은 서구 농성동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

오피스텔 1층에 있던 건설 근로자 30여 명은 점심 중에도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근로자들 휴게실이자 식사장소로 이용 중이지만 선풍기는 고사하고 회색빛 콘트리트로 막혀 바람조차 잘 들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제빙기에 담긴 얼음을 컵에 담아 들고 햇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부는 밖이 낫다는 것이다.

19층 높이 오피스텔 가운데 6층 공사가 한창인 이 현장은 휴게실에 선풍기를 두는 대신 작업자들이 작업 중 내려와 쉬는 5층에 설치했다.

목수일을 하고 있는 박모(50)씨는 “2~3시 사이에 햇볕을 맞으며 작업을 하다 보면 머리가 ‘핑’ 돌 때가 있다”며 “그렇다고 아침 일찍 공사를 시작하거나 오후 6시에 이후에 공사를 하려고 하면, 주변 아파트에서 민원이 빗발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현재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매시간 15분 휴식이 주어지지만, 건설현장의 체감온도는 기상청의 폭염경보와 빗댈게 안된다”며 “달궈진 철근 위에 서있으면 체감온도는 60도를 넘어선다. 정부당국에서 30분 근로, 30분 휴식을 할 수 있는 폭염 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부분의 건설현장 휴게실은 단순한 그늘막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체온을 떨어뜨릴 수 없다”며 “냉방시설을 도입해 근로자들의 휴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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