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베를린·뉴욕 … 7개 도시 문방구 탐방기
‘아무튼, 문구’를 쓴 김규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로 ‘문구인’을 발견하고 아주 흡족해한다. 각종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문구인’이라는 이름이 나 역시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마다 낯선 도시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을 듯하다. 미술관, 박물관 같은 규모가 큰 공간 뿐 아니라 이름 있는 카페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고 오래된 가게를 탐방하는 이들도 있다. ‘문구인들’은 당연히 문방구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나의 문구 여행기’를 쓴 저자 문경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통이 세 개이던 중학생, 공부보다 쪽지 쓰기에 더 열중했던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절반을 문구류에 쓰던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지금은 ‘문방구 주인’이 됐다.
책은 제목처럼 세계 7개 도시 27개 문방구를 찾아 떠난 문구 여행기이면서, 여행을 통해 자신을 만난 기록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여느 20대처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싼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게 된 그녀는 67일간 떠난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문구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며 여정을 시작한다.
여행에 유용한 문구 마스킹 테이프, 클립과 집게, 스프링 노트 등을 챙겨 넣은 그녀의 첫 여행지는 ‘예술이 쏟아지는 도시’ 파리. ‘문구 덕후’들의 사랑을 받는 ‘종이 호랑이’라는 뜻의 디자인 스튜디오 ‘파피에 티그르’에서 노트와 엽서를 만나고 루브르 박물관 지하 쇼핑센터의 문방구 ‘덴포닉스’로 발길이 이어진다.
또 ‘기록광을 위한 도시’ 베를린과 강렬한 원색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연필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펜슬 엔터프라이즈’를 방문한 뉴욕, 상하이, 도쿄의 다양한 문방구도 만날 수 있다.
그녀가 묘사하는 문구는 근사하다. “제 몸보다 큰 무엇인가를 붙이기 위해 힘을 모으는 스티커, 몸을 깎아 나의 실수를 지워줄 지우개, 나의 손이 닿기 전까지 책임지고 맡은 것을 보관해 줄 집게와 클립, 말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줄 편지지와 엽서”처럼 말이다.
저자는 또 추억이 어린 스티커와 학종이 등 먼지 쌓인 문구를 손에 넣을 때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문방구 탐방도 권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문구여행의 기술’을 따라 직접 두발로 다녀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녀가 콕 찍어온 문구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문구인은 행복하다. 책 뒤쪽에는 방문한 세계 각국 문구점의 홈페이지도 함께 실었다.
문구여행을 마친 후, 4개월 뒤 창업한 그녀는 직접 디자인 한 문구를 판매하는 문구 브랜드 ‘아날로그 키퍼’를 운영하고 있다. <뜨인돌·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프런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
유윤한 지음
방사능 물질을 밝혀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마리 퀴리’,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아프리카의 종교와 문화를 연구한 탐험가 ‘매리 킹슬리’, 아폴로 13호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 배우이자 와이파이 발명가인 ‘헤디 라마’ 등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 과학자라는 점이다.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활약한 여성 과학자 25명의 삶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프런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가 바로 그것.
과학계는 여전히 남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지망하는 분야로 여겨진다. 컴퓨터를 다루거나 코딩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의 학교 교육에서도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거라는 편견에 갇혀 있다.
이화여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수학의 구조 대사전’, ‘생활에서 발견하는 재미있는 과학 55’ 등을 펴낸 저자 유윤한은 여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육이 좀더 다양해지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냈다.
책은 1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다, 2부 다른 사람의 좁은 상상력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다, 3부 남성보다 무한히 많은 장애물에 당당히 맞서다, 4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다, 5부 무슨 일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다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25명의 여성 과학자가 모두 용기있게 삶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열정으로 극복하고 자신만의 업적을 쌓는 기쁨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어려움 앞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한다. <궁리·1만6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바람의 기록자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두 아이가 있다. 하나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 넬리우는 도시의 어느 광장 버려진 동상 안에 산다. 그에 반해 열대의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조제 안토니우 마리아 바스는 지붕 위에 서서 외롭게 밤하늘을 바라본다. 소설은 넬리우가 총상을 입고 지붕 위에 누워 있던 9일간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제 겨우 열 살인 아이에게 누가 총을 쏘았을까.
지난 2015년 67세로 타계한 스웨덴의 작가이자 연극연출가 헤닝 만켈. 1986년 모잠비크에 극단을 세워 아프리카 현실과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몰두했으며 그의 작품은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간된 그의 소설 ‘바람의 기록자’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아이들의 투쟁 같은 삶을 그렸다.
알려진 대로 작가는 스웨덴 태생이지만 삶의 많은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그는 “모잠비크의 훌륭한 사람들은 위엄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잃지 않고 엄청난 불행을 감내했다. 진보와 발전에 대한 의지 또한 굳건했다. 모잠비크는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새벽, 한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뜨리는 장면을 매개로 펼쳐진다. 밤 근무 중이었던 조제는 총소리에 놀라 어두운 극장으로 뛰어간다. 텅 빈 공간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제각각 다른 층위의 존재인 것 같지만 9일 간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섞여든다. 이면에는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리워져 있다. <뮤진트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지음 김지혜 옮김
27세의 노르웨이 청년이 지난 1990년 걸어서 남극에 도착했다. 그의 도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3년 뒤 그는 북극점까지 걸어갔고 1년 후에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도전이 가능했을까.
엘링 카게. 노르웨이 탐험가이자 세계 최초 3극점 정복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변호사이자 미술품 수집가이며 탐사, 철학, 예술에 관한 책을 저술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는 단순히 그가 이루어낸 성취를 말하는 것이 아닌, ‘본능’으로써의 ‘걷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년 시절 기억과 출근길 계단 오르기, 정원 산책 등 일상 속 걷기의 의미와 가치를 들여다본다.
그는 속도의 시대일수록 느리게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안함은 불편한 경험을 피한다는 것뿐 아니라 많은 좋은 경험을 잃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기 전 이미 200만 년 넘게 걸어오고 있었다.” “걷는 능력, 한 발을 다른 한 발앞에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탐험가로 태어났다.”
책에는 또한 걷기를 좋아했던 여러 명사들의 이야기도 소개돼 있다. 찰스 다윈은 하루에 두 번 자기만의 ‘생각의 길’을 걸었으며 아인슈타인은 좌절할 때마다 숲속을 거닐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을 얻기 위해 곧잘 산책을 하곤 했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또한 명사들의 걷기에 대한 사유와 맥락이 닿아 있다. 다시 말해 “걸을 때 내 생각도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다른·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새로 나온 책
▲어느 정신과 의사의 명상 일기 = 수차례 명상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정신과 의사가 일 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15분간 명상을 한 후 쓴 일기를 모았다. 저자는 일 년간 꾸준히 명상을 한 결과, 깊이 사유할 수 있게 되었고, 언제든 자신의 정신 상태를 알아차리는 힘이 커졌음을 고백한다. 명상을 통해 어수선한 일상과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고자 한 분투를 기록했다. <열린세상·1만7000원>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비건이 직접 쓰고 그린 비거니즘에 대한 만화다. 주인공 ‘아멜리’는 비인간 동물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비건이 되었다. 비거니즘이라는 가치관을 소개하기 위해 이 만화는 나와 다른 존재를 존중하는 법, 동물을 몰개성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 태도, 육식의 불편한 진실, 비인도적인 동물 착취 등에 대해 다룬다. 또한 비건으로서의 일상과 다양한 비건食에 대해서도 그린다. <푸른숲·1만6500원>
▲비철학자들을 위한 철학 입문 = 유고집으로 출간된 이 책은 알튀세르가 생전에 쓴 철학 교과서다. 철학이 난해하다거나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을 위한 책으로, 저자는 비철학의 사례로 특히 마키아벨리,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든다. 이를 통해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다시 사유하게 한다. <현실문화연구·2만2000원>
▲세계대전과 유럽통합 구상 = 이 책은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기에 유럽에서 제안되거나 구상되었던 유럽 질서에 관한 연구 논문들을 엮은 것이다. 통합과 분열이라는 모순적 가치들의 병행과 양립을 목격할 수 있는 30년 동안의 양차 세계대전 시기를 유럽통합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다양한 유럽통합 구상 혹은 유럽 질서들을 규명한다. <책과함께·2만5000원>
어린이·청소년 책
▲나도 사자야! = 레나드는 부드럽고 순한 사자다. 포근한 햇볕을 느끼며 느릿느릿 걷는 것과 시 짓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레나드는 감성이 풍부한 오리 매리앤을 만나 단짝 친구가 된다. 하지만 레나드의 사자 친구들은 레나드에게 오리를 잡아먹으고 다그치고, 사자란 사납고 거칠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레나드와 매리앤은 한 편의 시를 통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고 전한다. <주니어RHK·1만2000원>
▲몽땅 잡아도 돼? = 책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 식물, 각종 곤충 등 생태계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할아버지를 따라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가 곤충의 매력에 푹 빠진 주인공 조지는 곤충 채집을 하던 어느날 들판에 곤충이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조지는 생태계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 자그마한 곤충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게된다. <푸른숲주니어·1만2000원>
▲기이한 DMZ 생태공원 = 이 책은 1953년 정전협정 후 비무장지대(DMZ)의 생태에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만든 그림책이다. 미술작업을 위해 DMZ 근방을 자주 방문하던 저자는 미술 상상을 펼쳐 ‘기이한 DMZ 생태공원’의 동식물 친구들을 그려낸다. 이 책은 전쟁의 폐해를 미술로 알리는 동시에, 예술적 ‘상상의 힘’을 보여준다. <소동·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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