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적십자 병원 매입 계기 장기방치 건물 관심
도시미관 해치고 범죄 소굴 우려…정비 방안 찾아야
오랜 기간 도심 흉물로 방치됐던 ‘옛 적십자병원’의 매각 <광주일보 7월 26일 7면>을 계기로 광주 도심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건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장기 방치 건축물은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범죄와 사고유발 위험을 높여 지역 활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비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가 파악하고 있는 장기방치 건축물은 모두 6곳(동구 1곳, 서구 2곳, 남구 2곳, 광산구 1곳)이다.
이 가운데 남구 옛 서진병원 건물은 무려 25년 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당시 건물주가 의대 유치를 위해 건축하다가 자금난 등으로 1995년 공사를 중단한 이래 여태껏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건물은 2018년 부동산개발업자를 통해 건물을 둘러싼 토지 일부가 매각되면서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나머지 토지 매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송사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이 건물은 폐쇄된 이후 장기간 빈 건물로 방치돼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 발생 우려 등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홍복학원이 지난 1996년에 학교를 짓겠다며 추진했던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 5층짜리 건물 3개동도 23년째 흉물로 남아있다. 교육부가 2002년 학교설립계획 승인을 취소하고 지난 2017년 학교법인 해산명령에 따라 해당 건물과 토지 경매가 진행중이지만 달라진 게 없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 서구청 맞은편에 철골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며 우뚝 선 흉물 건축물도 14년째 공사가 멈춰진 채 방치되어 있다. 해당 건물(연면적 9945.35㎡)은 지난 2006년 주택전시관 등으로 쓰기 위해 추진됐다가 건축주가 세 차례 바뀌어도 여전히 그대로다. 골조 형태만 갖춘 채 공정률 60% 정도로 공사가 중단된 탓에 건물 밖에서도 각 층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다.
남구 방림동에 방치된 지하 1층, 지상 9층짜리 오피스텔 건물도 2000년 착공했다가 2006년 중단된 이후 방치되면서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 건물 뿐 아니라 소유주가 내버려둔 건물도 적지 않다. 광주무등파크호텔이 포함된 유원지의 경우 광주의 대표적 공원시설이지만 골프연습장·리프트카 등은 운영을 멈춘 상태다.
광주시 동구 지산동 무등산 보리밥거리 인근에 공사를 하다 만 지상 4층짜리 건물도 2006년부터 15년 가까이 흉물스런 몸체를 드러내며 무등산을 찾는 지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있다.
광주시 북구 삼각동에도 10년 가까이 방치돼 유치권 점유중이라는 플랫카드만 잔뜩 걸려있는 건물이 있다.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로인 이 건물은 2003년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됐으나 그 해 말 건축주의 경영 악화로 2010년 공사가 중단됐다.
광주시 서구 마륵동 서남학원 소유 남광병원 건물의 경우 11년 동안 방치되다 지난해 부동산 신탁회사에 팔린 뒤 아파트 건설이 진행중이다. 해당 회사는 이 일대에 7개동 373세대가 들어서는 아파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 건물 외에도 도심에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거나 멈춘 채 방치된 건물들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정비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단체가 정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연계, 건축주와의 협의 등을 통해 투자자나 건설업체를 연결시켜 주는 한편, 지역 내 공사중단 방치 건축물에 대한 정비사업을 마련해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사업이 이뤄질 때까지 흉물스런 건물 외관을 벽화작업 등을 통해 감추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도 2021년까지 국토부 정비계획에 따라 정비계획을 마련해 장기방치 건축물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대부분의 장기방치 건축물들은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장기 방치물에 대해 급한데로 지자체 예산으로 벽화나 예술가림막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은 “장기방치건축물들은 대부분 사유재산이라 공공에서 나서는 방법밖에 해결 할 수 없다”면서 “지자체가 시민들의 공간 등을 조성할 때 이 장기방치 건축물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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