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술상 수상 양나희 작가
11월 은암미술관서 수상 기념전
‘세계수영대회 1주년’전에 신작 전시
서양화가 양나희(38) 작가의 작품은 개성이 뚜렷하다. 버려진 박스 골판지로 작업하는 방식은 아주 독특해서 한 번 작품을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골판지를 캔버스에 일일이 붙이는, 공력이 많은 드는 작업을 통해 그가 화폭에 풀어놓는 ‘집’과 ‘동네 풍경’은 따스하고 안온한 느낌을 준다.
양나희 작가가 최근 제 26회 광주미술상 수상자가 됐다. 사단법인 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이사장 조규일)가 수여하는 광주미술상은 지역 원로 미술인들이 기금을 마련해 후배 작가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상으로 지역 미술인들이 가장 받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선배 미술인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 의미가 있고, 감사한 것 같아요. 몇 차례 도전 끝에 받아서 기분이 좋구요(웃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고 작업에 매진하겠습니다.”
양 작가는 이번 심사에서 “소외되고 버려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쓸모 있음과 없음, 아름다움과 그렇지 않는 것들의 간극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작업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다양한 색깔의 패브릭을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가족의 초상을 담거나, 풍경 작업을 하던 양 작가가 골판지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2009년 전남대 대학원을 다닐 당시 버스를 타고 줄곧 지나던 중흥동 재개발 지역에 어느 날 발을 들이게 된 게 계기였다.
“늘 바깥에서 보다 안으로 직접 들어가 접한 풍경은 당시 힘들었던 제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쓰러져 가는 집들을 보면서 작품을 좀처럼 발표할 기회를 찾지 못해 좌절하던 저를 떠올리게 됐어요. 하지만 그 곳에서도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었고, 골목길에 나와 햇볕을 쬐며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받았죠. 그 때 많이 본 게 수레와 버려진 골판지 박스였어요. 제가 자취하면서 가장 많이 버렸던 것도 박스였죠. 내가 쓸모 없다고 버린 게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쓰인다는 생각이 들면서 골판지를 가지고 작업해 보자 싶었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골판지를 조각조각 잘라서 부조처럼 캔버스와 판넬에 붙이는 요즘 작업 형식을 완성했고, 무엇보디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집들의 모임인 동네 풍경에 대해 풀어내보자 싶었다. ‘삶+공간’ ‘해동네’ 등이 대표적이다.
자칫하면 비슷한 작품의 반복처럼 보일 수 있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다채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을 다잡는 게 그녀가 가장 고민하고 신경쓰는 부분이다. 지난해 개인전에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했고, 올해 신작에도 영향을 줬다. 강렬한 별빛을 강조한 ‘별의 시’와 운주사의 탑을 배경으로 한 작품 ‘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시면서 한동안 작업을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멈춤의 시간이었죠. 우리가 겪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 멈춤의 시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같은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순환’ 시리즈는 잎이 피고, 녹음을 만들고 , 벌거벗은 후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를 통해 생과 사의 자연스러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었죠.”
11월에는 은암미술관에서 수상 기념전시가 열린다. 미술상 운영위원회는 개인전 개최를 위한 작품제작 지원과 도록제작, 전시공간 제공, 광고 홍보 등 총 1000만원 내외의 창작 지원을 제공한다. 양 작가의 신작은 현재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열리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1주년 기념 청년작가 14인전’(8월5일까지)에서 만날 수 있다.
호남대 미술학과와 전남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양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상해 윤아르떼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으며 전남미술대전 대상과 남농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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