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확진자·가족 동선 따라 흐르는 ‘불안’
신종 코로나 확진에 다중이용시설 기피 … 공포 확산
관련 병원·학교·유치원 뒤숭숭’… SNS에 가짜뉴스도
광주·전남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에 빠졌다.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으며, 다중집합장소를 꺼리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광주·전남 전역을 뒤덮고 있다.
특히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병원에 이르기까지 주요 검역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민의 공포감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4일 찾은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광주21세기병원 앞에는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 가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 병원은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인 A(여·42)씨가 첫 치료를 받은 곳이다.
광주21세기병원은 확진자 가족 외에도 80여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오전 중 방역을 실시한 뒤 외부 출입문을 모두 걸어 잠근 모습이었다.
병원 앞에서 만난 이모(73)씨는 병원 폐쇄로 인해 전날 손가락 치료를 위해 입원한 아내 김모(65)씨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 밖에서 몇 시간 째 휴대폰으로 아내와 통화를 하던 이씨는 아내가 5층 병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저으며 집으로 가라고 재촉했지만, 한참을 병원 앞에 머물렸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다른 환자 가족들도 폐쇄된 병원 앞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A씨의 아들(7세)이 다니는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어린이집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광산구는 이날 해당 어린이집 원생들을 귀가조치하고 17일까지 임시휴원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매일 등원하는 어린이들에게 손세정을 시키고 발열체크를 해왔다”며 “아직까지 이상증세가 나타난 원생은 없다”고 말했다.
확진자의 또 다른 자녀가 다닌 고등학교는 지난달 31일 졸업식을 개최했는데, 당시 무방비 상태로 학생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이 열렸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병원도 뒤숭숭했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마다 신종 코로나 유의사항이 붙어있었고, 유리문 너머로 방역 마스크를 쓴 입원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고가고 있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전남대병원에서 만난 김모(62)씨는 “확진자가 여기 있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온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진자 발생 소식에 평온했던 지역민의 일상도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과 SNS 상에는 ‘확진자가 보름 이상 광산구 대형마트·시네마·터미널 등을 돌며 1300명 이상 만났고, 함께 여행한 동료들이 서구와 남구에 거주해 이들 지역도 불안하다’는 등의 미확인 가짜 메시지까지 확산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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