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무료급식 중단 이후 광주 5개구 복지관 르포
노인들 ‘창살 없는 감옥 생활’…광주 525명 매일 배달
엘리베이터 없는 영세 아파트 하루종일 오르락내리락
고흥·영암 배달 인력 없어 ‘굶은 노인들’ 생겨날 우려
광주·전남지역 무료 급식이 중단된 이후 김상례(83) 할머니는 졸지에 ‘외톨이’가 됐다. 복지관과 경로당이 문을 닫고, 노인 프로그램과 급식마저 중단되면서 갈 데도 얘기할 동료도 할 일도 없어졌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지관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매일 찾아가 또래 노인들과 공짜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하루를 보내던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면서 “노인종합복지관 직원들이 매일 도시락을 무료로 배달해주고, 안부도 물어줘 그래도 참을 만하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복지관 직원들은 급식소 문을 닫으면서 오전 시간이 더 바빠졌다.
무료급식 중단으로 끼니를 거르게 된 노인들에게 제공할 대체 음식을 노인들이 찾아오기 전까지 포장해놓아야 하는데다, 평소 몸이 아파 급식을 먹으러 오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배달해줄 점심 도시락을 더 많이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시락이나 대체 음식을 전달할 인력조차 구하지 못해 ‘굶는 노인들’도 생겨나는 것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 동·서·남·북구가 23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급식 중단 이후 끼니를 거를 것으로 염려되는 지역 525명의 노인들에게 오는 18일까지 직접 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광산구의 경우 이미 452명의 노인들에게 13일치 분량의 즉석식품을 한꺼번에 배달했다.
북구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직원 5명이 이날 오전 9시 전부터 모시송편, 두유, 귤 등 대체 음식을 종이백에 담느라 분주했다. 점심을 먹기 한 시간 전부터 하나둘씩 찾아오는 노인들에게 전달하려면 빠듯하다는 게 복지관 설명이다. 북구노인종합복지관의 평균 무료급식 이용자는 대략 200여명이다.
복지관은 오전 중 급식소를 찾지 못한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도 마쳐야 한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씨는 이날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광주시 북구 우산동 4층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광주시 북구 시민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도 10일 오전부터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5명의 직원들은 평소 40명 분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펼치던 노인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이날부터 도시락 배달 업무를 맡았다. 25명의 노인들은 직접 받으러 오지만 나머지 노인들에겐 직접 찾아가 전달해야 한다. 이들은 인근 자활업체에서 도시락을 받아와 ‘식지 않게’ 보온 박스에 담은 뒤 배달에 나섰다.
직원들이 챙겨준 도시락을 받은 황옥남(85) 할머니는 “나이든 노인들은 신종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고 해 움직이지도 못하고있다”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데 도시락을 배달해주면서 안부까지 챙겨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빨리 진정돼 평소처럼 복지관 노래교실에서 친구들과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싶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4개 자치구는 도시락 배달 외에도 무료급식 중단으로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해 2461명의 노인들에게 대체식을 지원했다. 반·찰밥·떡 등을 매일 또는 3~4일치 분량씩을 지급한다. 전남에서도 40곳의 무료급식소가 급식 중단 이후 끼니를 거를 노인들 1891명에게 2~3일치 분량의 대체식품을 나눠줬다.
도시락 배달이나 대체음식 전달이 이뤄지지 못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중단되면서 고흥·영암 지역 14개 무료급식소는 노인들 706명에게 대체식을 전달할 인력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자칫 ‘굶을 노인들’이 생겨날 우려도 나온다.
광주시 북구 최웅철 노인장애복지과장은 “신종 코로나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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