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게시판에 시민 릴레이 칭찬…팬레터도 받아
“덕분에 우울증 극복” 사연도…광주시장 표창 등 다수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 버스에 오르는 순간 기사님의 밝은 표정으로 건네는 인사에 추위가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삭막하게 메말라버린 우리 사회에 단비를 내려준 분 같습니다.”, “짜증 한 번 안 내는 멋쟁이 기사님입니다.”
광주시를 대표하는 온라인 소통 플랫폼 ‘광주온(ON)’의 칭찬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한 사람에 대해 60여 개의 칭찬 글이 게시돼있다. 그 주인공은 (유)라정시내버스 김순모(63) 운전 기사다.
35년차 베테랑 버스 기사인 김 씨는 현재 진곡 196번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진곡산단부터 나주 동신대 종점을 오가며 승객들을 만나는 그는 승객들에게 ‘감동과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기사’라고 소문났다. 버스 탑승객에게 ‘어서 오세요’, 하차하는 승객에게 ‘좋은 하루 되세요’, 오랜만에 만나는 손님에게 ‘잘 지내셨냐’는 등 하루에도 수백번의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손님들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인사는 당연한 거죠. 똑같은 인사지만 제 차에 처음 타는 손님이니까 매번 늘 새롭습니다. 인사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져서 꼭 여행 가는 것 같아요. 승객들을 안전하고 즐겁게 모시는 게 제 원칙이죠.”
김 씨는 아버지가 인사성을 중요시 여겨 어렸을 때부터 인사하는 걸 좋아했다. 버스 운전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인사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승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습관이 되고 편해졌다.
광주시장 표창 4회, 북구청장 표창을 수상하며 친절모범운전수로 인정 받은 그는 “일상생활이라 상 받을 정도인 줄 모르겠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단골 승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스타 기사’다. ‘기사님 최고!’라며 운행 중 승객들의 박수를 받고, 그들에게 수십 통의 팬레터도 받았다. 김 씨는 웃픈 사연도 소개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밝게 인사할 수가 없다고 승객이 경찰 신고를 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아주머니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씨의 버스를 타고 병원에 다녔던 한 아주머니는 고생하면서도 즐겁게 일하는 그를 보고 우울증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기사님 덕분에 우울증이 다 나았다”는 말이 인상깊다고 했다.
김 씨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하루종일 운행하는 일정이 고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인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사 한 마디로 세상은 못 바꾸겠지만 순간의 기분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하루의 기분이 좋아지겠죠. 앞으로 오래도록 건강하게 버스를 운행하고 싶습니다.”
친절한 김 기사의 버스는 오늘도 승객의 안전과 즐거움을 싣고 달린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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