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휴가비·편지 건네는 빛고을광염교회 박이삭 목사와 신도들
신도들 현금 가지고 다니며 100명에게 10만원씩 선물
청소년 공부방·고려인 가족 돕기·아프리카 장학사업도
‘폭염 속에서도 정직하게 수고하시며 세상을 깨끗하게 해 주시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한 일주일이라도 일손을 놓고 시원하게 쉬시면 좋겠습니다. 약소하지만 사랑이 담긴 휴가비를 드립니다.’
‘휴가를 선물합니다’라는 제목의 따뜻한 편지를 받는 이들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다. 빛고을광염교회(서울광염교회 개척 151호) 박이삭 목사와 신도들은 길을 가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만나면 휴가비 10만 원과 편지를 전하며 쉼을 선물한다.
“그 분들은 휴가가 따로 없잖아요. 땡볕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하루에 6000원 정도 버는데, 10만 원이면 며칠 동안은 일 안하고 시원하게 보내실 수 있죠. 10만 원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휴가비를 드리기 시작한 건 7년 전부터다. 폭염 속 폐지 줍는 한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한 뉴스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박 목사와 교인들이 의기투합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에게 휴가비를 지급한 박 목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찾아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노인들을 돕는 데 앞서 먼저 그들의 삶을 인정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박 목사는 교인들에게도 노인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공손하게 대해야한다고 말한다. 신도들은 편지와 현금을 갖고 다니며 어디서든 폐지 줍는 노인을 만나면 음료수를 전하고 말을 건넨다. 이야기를 나누다 이들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교인들이 먼저 사비로 휴가비를 전달하고, 교회가 나중에 지급한다. 박 목사는 휴가비를 전하려고 따라갔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어르신들의 거친 손을 보면 마음이 아파 도와드릴 수밖에 없어요. 휴가비를 받았던 어른들을 또 만나면 건강히 계신다는 표시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희가 드리는 휴가가 노년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지난달 27일에는 광주시 북구 ‘광주자원’에서 특별한 만남도 있었다. 이날 박 목사와 신도 4명은 탈북 여성 등 폐지 줍는 노인 7명에게 휴가비를 직접 전달했고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노인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밖에도 박 목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만들기, 소고기·전복 등을 사서 가난한 가정의 냉장고를 채우는 ‘냉채드’,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업해 방치된 아동 돕기 등을 펼치고 있다. 또 국내외 재난지역 구호품 전달, 아프리카 장학 사업, 고려인 가족 돕기 등 전방위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긴급생활지원비 지급으로 자살을 생각하던 가장을 살리기도 했다는 박 목사는 이웃을 돕는 데는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재빨리 도와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박 목사는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해 주는 삶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6명의 자녀들에게 성공하는 것 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교회를 개척한 후 이웃을 돕는 데 3억 2000여만 원을 쓴 박 목사는 “이런 도움이 전국으로 퍼져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는 곳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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