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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미식이 좋다 여행이 좋다

by 광주일보 2024.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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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추억을 풍부하게 해줄 세계 미식 도시를 찾아서
세라 백스터 지음, 서지희 옮김

모로코의 마라케시는 북아프리카의 무역 중심지였다. 베르베르인들의 고대 요리, 아랍지역의 맛, 다양한 식재료들이 섞여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식민지 시기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이곳의 대표적인 음식은 쿠스쿠스다. 듀럼밀이 주재료인데 마라케시 외에도 리비아,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서부지역에 기원을 두고 있다. 13세기 발간된 ‘알모하드 시대의 마그레브와 안달루시아 요리서’에는 관련 요리법이 나와 있다. 냄비에 고기와 채소를 끓인 후 육수에 쿠스쿠스를 끓여 계피를 뿌려먹는다는 것이다.

 

쿠스쿠스는 원래는 유목민들의 음식이었는데 요리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딱딱한 곡물을 약간의 물과 함께 손으로 밀어 과립 형태로 만들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준비 작업”은 번거로웠다. 하지만 완성이 되면 조리가 빠른데다 값도 저렴해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

오늘날 음식은 다채로운 표현으로 정의된다.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정의는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명징한 진리는 누구든 먹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도승이나 신부, 고위 관료, 농부, 학생 등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떠나 음식은 본질적인 관심사이며 생존에 직결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낯선 곳을 찾아간다는 설렘과 현지의 음식을 맛본다는 기쁨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세계적인 미식 도시들을 소개하는 ‘미식이 좋다 여행이 좋다’는 흥미로운 책이다. ‘최고의 미식 도시들로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여행지에서의 음식과 인연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원더러스트’ 편집장 출신으로 ‘가디언’ 등에 여행 관련 글을 썼던 세라 백스터. 그는 지금까지 ‘500개의 길에 담긴 세계의 역사’, ‘500곳의 기차 여행지에 담긴 세계의 역사’ 등을 펴냈다.

책에는 세계 25곳의 군침 도는 여행지와 대표 음식들이 맛깔스럽고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일본, 중국, 베트남, 호주, 독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포루투갈, 페루, 아르헨티나 등 익숙한 나라들이 등장한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에이미 그라임스의 밝고 화사한 일러스트는 소묘력이 묻어나는 저자의 글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전한다. 특히 요리가 만들어지는 풍경은 물론 냄새, 분위기 등도 기술하고 있어 마치 현지에 가 있는 듯한 효과를 낳는다.

오사카의 진정한 맛은 패스트푸드다. 1930년대 처음 만들어진 다코야키는 문어가 들어간 일본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을 무쇠 틀에 붓고 문어, 절인 생강, 쪽파 등을 올린 뒤 스틱을 이용해 돌려가며 공 모양으로 만든다. 따끈할 때 한입에 넣으면 “쫄깃한 겉면이 부드러운 해산물 덩어리가 들어 있는 아주 뜨겁고 쫀득한 속으로 섞여 들어가” 최상의 맛을 연출한다.

오코노미야키는 2차 대전 당시 인기를 끌었던 음식이다. 밀가루와 달걀 반죽으로 만든 두툼한 팬케이크가 인상적이다. 부족한 쌀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채 썬 양배추와 돼지고기, 치즈, 새우, 고추냉이 등을 넣고 철판 요리 방식으로 구운다.

폴란드의 제2의 도시 크라쿠프는 오바르자넥 크라코프스키로 유명하다. 2차 대전의 참화를 피한 덕분에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등 다채로운 양식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1978년 중심지가 최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다. 오바르자넥 크라코프스키 크라쿠프의 베이글이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소박한 음식이다. 효모를 넣은 밀가루반죽을 꼬아 붙이면 링 모양이 되는데 이것을 데쳐 양귀비씨, 참께, 허브 등을 뿌려 굽는다.

이밖에 중국 쓰촨의 마파두부를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의 쌀국수, 프랑수 마르세유의 생선 요리 부야베스, 스페인 발렌시아의 국민음식 파에야, 벨기에 소스트 덩케르크의 새우 크로켓과 토마토 오 크레베트 등도 만날 수 있다.

<올댓북스·1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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