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출신 임경렬시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 펴내
영산강 일대 누정과 공간 등 매개로 지역 정체성 노래
영산강 일대는 유명한 누정들이 많다. 특히 내로라하는 당대 문사들은 누정을 중심으로 시문을 짓고 교유하며 풍류를 즐겼다. 풍영정, 면앙정, 호가정, 영모정, 장춘정, 벽루정 등 영산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누정은 오늘날에도 많은 문인들에게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나주문화원장을 역임한 임경렬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문학들)에는 나주 인근의 누정들을 노래한 시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영모정, 장춘정을 비롯한 유서 깊은 누정들은 잔잔한 시적 정서를 선사한다.
나주 회진 출신의 시인에게 영산강과 일대 펼쳐진 정자들이 자연스레 시적 창작의 소재가 됐음은 불문가지다. 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실재적인 모습 외에도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사유를 제공한다.
임경렬 시인은 “이번 시집에는 고향인 나주 회진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간 등과 연계된 작품들이 다수 있다”며 “오늘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이어나가가 위한 사유 등을 창작의 동인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여/ 햇살로 추억을 데우는가// 마르지 않는 강물이여/ 술잔에 깃든 달빛이 그리워서 찾아드는가// 조각배 드나들던/ 안개 낀 사안나무 옛터는 묘연한데/ 정자는 고색의 바위울 사이게 건재하구나…”
‘장춘정(藏春亭)에 머문다’는 다시면 죽산리에 있는 누정 장춘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장춘정은 1561년 류충정이 관직을 사직하고 내려와 지은 정자로 내로라하는 문사들인 송순을 비롯해 임억령, 박순, 기대승 등이 찾아와 인문활동을 펼쳤다.
화자는 장춘정 앞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을 바라보며 심상을 풀어낸다. 느티나무, 강물, 사암나무, 달빛 등은 고전적이면서도 자연적인 소재들이다. 예전에는 조각배가 드나들었을 강물 앞을 담담히 바라보며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동하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임경렬 시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호명하며 현재로 불러낸다”며 “그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 이름에 담긴 역사 전부를 불러내는 행위다”라고 평한다.
한편 임 시인은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전남대 대학원 호남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 ‘발견’ 시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쓸쓸한 파수’,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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