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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기자

광주 ‘쓰레기 소각장’ 난항 … 구청은 주민 눈치에 ‘뒷짐’

by 광주일보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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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회수시설’ 랜드마크 조성·1000억 지원에도 후보지 주민 반발
광주시, 오늘 1순위 후보지 발표 예정 … 자치구 협조가 성패 좌우

광주시는 2030년부터 시행하는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자원회수시설(생활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광주시민의 생활폐기물을 매립 하는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 전경.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2030년부터 시행하는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광주시가 건립하려는 ‘자원회수시설(생활 쓰레기 소각장)’ 부지 확정을 앞두고 지역사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광주시는 소각시설을 지하화하는 대신 지상에 레저·복지시설 등을 갖춘 명품공원을 조성하고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꾸미겠다는 구상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까지 제안한 상태이지만, 후보지 3곳 모두 주민들이 건립 자체를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시는 소각장 건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일선 자치구(구청)들은 자신들의 고유 사무임에도 2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기본적인 민원 중재 역할마저 회피하면서, 시와 자치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르면 10일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를 열고 북구 장등동과 서구 매월동, 광산구 삼도동 등 소각장 후보지 3곳 중에서 1순위 후보지를 확정하거나, 사업(후보지 선정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안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는 이날 1순위 후보지 확정시엔 전략 영향평가와 환경부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확정 입지를 공고하고, 하반기에는 설계 등 건립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2030년 준공 목표로 3240억원을 들여 자연녹지 기준 6만6000㎡ 부지에 소각장을 건립할 계획이며, 1일 처리량은 종량제 폐기물·음식물·재활용 잔재물·대형 폐기물 등 650톤 규모다. 시는 소각시설을 모두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공원화와 함께 다양한 레저·복지 시설을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소각장 유치 지역에는 600억~800억원 규모의 편의시설과 주민숙원사업(300억원), 자치구 교부금(200억원) 등 1000억원 이상의 다양한 재정 인센티브와 행정적 혜택을 제공하고, 특히 운영 이후에는 생활 쓰레기 반입 수수료의 20%(매년 10억원 이상 예상)를 주민지원기금으로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1순위 후보지’를 확정하더라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광주시의 고민이다.

광주시는 2016년 12월 상무소각장 폐쇄 이후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소각장이 없는 곳으로, 하루빨리 ‘1순위 후보지’를 선정해야 하지만 자치구의 무관심 속에 확산하는 주민 반대여론이 사업 성공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입장에선 자신들의 고유 사무를 시에 떠넘기고, 주민 설득은커녕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비협조적인 자치구의 행정 행태도 괘씸하기만 하다.

폐기물 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처리는 자치구 고유사무로 구청장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광주시는 2021년 10월 자치구청장 협의회의 ‘광역소각장’ 설치 건의를 받아들여 위임사무로 ‘쓰레기 소각장’ 건립 사업을 대신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광주시는 내부적으로 ‘1차 후보지’ 발표 이후에도 자치구들이 민원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된다면, 해당 업무를 자치구로 되돌려 보내는 방안까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민선 7기 때 광주시처럼 ‘광역소각장’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인천시는 민선 8기 들어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내세워 기초자치단체에서 직접 해결하도록 사업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잠시 반발했던 인천 10개 군·구는 현재 ‘자원순환정책 지원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예비후보지 선정 및 주민소통 강화 등 소각장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고 있다.

다만 인천처럼 자치구로 다시 업무를 넘길 경우 직매립 금지 시점인 2030년 이전까지 소각장 준공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면서 “자치구들이 적극 나서 시설의 장점을 설명하고 갈등도 중재해야 하는데, 오히려 주민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듯 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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