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미감자 고온 취약…4년새 광주·전남 수확량 3만여t 감소
전국 두번째 생산량…농민들 “기후에 강한 토종 품종 개량 서둘러야”
강원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전남 감자가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 감자농가와 전문가들은 기존 감자품종과 달리 고온에도 생산량이 보장되는 토종 감자 품종개량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농작물생산조사에 따르면 전남지역 감자생산량(봄·가을 감자, 고랭지감자)은 2019년 8만 8353t에서 2020년 5만 8409t으로 대폭 줄었고 2021년과 2022년에도 5만t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지역 감자생산량은 강원도에 이어 전국에서 2위다. 2022년 기준 전국 감자 생산량 48만 600여t 중 11%를 차지한다. 특히 보성의 봄감자 생산량은 전국 최고다.
광주에서도 2019년 961t 생산된 감자가 2020년 769t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381t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전체 감자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미감자’ 품종이 지구온난화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량된 종자인 수미감자는 흰감자 계열로, 전분 함량이 많고 재배도 어렵지 않아 봄·여름 대표적인 재배 품종이다. 수미감자는 생육기간(90~100일)이 짧아 조기 출하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생육초기 온도가 낮아야 한다는 점이 한계여서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최근 30년 우리나라 기온이 20세기초(1912~2017)보다 1.4도 상승한 탓이다.
공급망 문제로 최근 엿새동안 판매가 중지됐다가 다시 판매를 시작한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감자튀김 문제도 기후위기 때문에 감자의 품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남 농민들은 기후위기 상황에 맞는 토종감자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년 새 이상 기후로 큰 피해를 입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고창에서 7년 전부터 토종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김완술(63)씨는 “우리나라는 현재 1~2가지 품종만 보급돼 있다.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종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50여년 전 한국에 들여온 수미감자를 주된 품종으로 삼고 계속해서 재배하다보니 새로운 감자를 개발하거나 재배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면서 “시간이 지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감자 재배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완주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이종란(여·59)씨도 “지역마다 기후와 땅에 맞는 감자가 다르다. 토종감자를 널리 재배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종씨앗과 전통농업을 위해 결성한 농민 단체인 ‘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는 “기후변화시기에 한가지 품종만 고집하면 도태될 수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생산자는 농사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다양한 품종을 감자 시장에 내놓기 위해선 토종 감자를 농업시스템에 넣고 유통 경로를 통해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품종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관계자는 “품종 개발에 7년이 소요되고 정식 보급까지 12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개량종 보편화에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용익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감자연구실 실장은 “고온·가뭄·폭우 등 이상기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감자 생산량은 눈에띄게 줄어들고 있다. 감자 생산량 감소를 하나의 원인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병해충과 고온, 바이러스에 강한 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강화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광주청소년 삶 디자인센터에서 ‘토종 씨드림 감자장’이라는 제목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감자의 종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행사가 열렸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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