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유족들
미쓰비시 소송대리인 참여 첫 재판
“부모님 한(恨)을 풀어드리는 게 평생의 소원입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해 법정에 선 김정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이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을 담은 글을 읽어내려갔다.
유족들은 “아버지는 징용에 다녀와서 몸이 망가지고 병들었으며 후유증으로 늘 병석에 누워게셨고 변변한 직장도 갖지 못했다. 병약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가장을 둔 가족들은 가난과 배고픔에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능한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을 풀어드리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측이 소송이 제기된 지 15개월만에 소송대리인(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본격화됐다.
광주지법 민사 14부(부장판사 이기리)는 23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개최했다. 이날 재판에는 미쓰비시 측 법률대리인인 김용출 변호사가 출석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이후 국제송달로 소송 서류를 보냈으나 일본 기업에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자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재판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공시송달은 피고의 소재지를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공시송달로 변론이 진행될 경우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법원은 원고 주장과 증거만 검토하고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소송 대리인이 없더라도 원고측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심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불이익을 우려한 미씨비씨측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재판에 응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희 지부장은 미쓰비시 측이 보유한 후생 연금 기록을 제출하도록 문서 제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하는 한편, 국가기록원에 있는 피징용자 명부에 대한 사실조회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쓰비시 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용출 변호사는 불법행위 증거가 없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했으며 청구권 소멸 시효도 지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음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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