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대흥사·강진 백련사·보성 다원 등 ‘차의 성지’
찻잎 수확부터 덖어내기·건조 등 각기 전통방식 따라
푸르른 자연 속 템플 스테이·찻잎 따기 체험 등 다채
차 끓는 소리·향기·빛깔·맛·온도 등 오감 느끼며 힐링

‘차를 만드는데 있어 정성을 다하고, 보관함에 있어 건조해야 하며, 마시는데 있어서는 청결해야 한다.’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는 15세에 출가하고 승려가 되면서 선사 주변에 차 나무를 심어 차를 마셨다고 전해온다. 초의선사가 전하는 ‘다도(茶道)’는 참선이었다.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소치 허련 등과 폭넓은 교유를 가지며 우리나라의 다도를 정립해 나갔다. 한국 차의 성지로 불리는 해남 대흥사를 비롯해 강진 백련사, 보성의 다원 등 차의 고장 남도의 곳곳을 둘러본다.
◇살청·유념·건조 아홉번 반복하는 해남 대흥사= “우리나라 전통적인 차 문화는 초의스님 이전부터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차 문화를 꽃피운 분은 초의스님이지요. 초의 스님은 조선시대 억불(抑佛)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대부들과 차를 마시며 시서화(詩書畵)를 교류하셨습니다. 전남으로 유배온 이들도 많았는데 이들과 교류하며 차의 완성이 더 깊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추사 김정희가 제주로 유배 갔을 때 자꾸 화가 났으나 초의가 보낸 차를 마시고 그 마음을 가라앉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 문화를 중흥한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대흥사로 거처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차를 만들었다. 초의가 만든 ‘초의차’는 밝고 경쾌하며 단맛과 싱그러움이 감도는 맛이다. 대흥사에 소장된 초의의 ‘다신전’에는 뜨거운 무쇠 솥에서 차를 덖는 제다법이 담겨 있다.
대흥사에서는 지금까지도 초의스님이 해왔던 전통방식 그대로 차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님들은 수행을 위해 차를 마십니다. 여흥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차를 마심으로써 참선을 하는 거지요. 잠을 깨고 마음이 맑게 개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흥사 법은스님(템플국장)은 “찻잎을 따고 덖는 모든 과정을 초의스님이 제시한 전통적인 제다법에 의거해 만들고 있다”며 “차를 만들고 마시는 모든 것을 수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그만큼의 공력이 들어가다보니 맛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흥사에서는 곡우 전부터 찻잎을 따기 시작해 한 달 정도 작업이 이뤄진다. 이 시기가 되면 대흥사의 모든 대중들이 울력에 나선다. 따온 찻잎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350도의 솥에 넣고 살청작업을 한다. 찻잎은 산화가 되면서 맛과 향이 변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강한 열을 가해 덖어주면서 찻잎의 향과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고열에 덖은 찻잎은 유념작업을 거친다. 멍석에 찻잎을 비벼 코팅된 부분을 깨트려주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차의 성분이 물에 우러나올 수 있다. 이후 식혀주고 건조시킨다. 살청, 유념, 건조까지의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해야 대흥사 녹차가 비로소 완성된다.
초의 스님이 알려준 이 과정을 충실히 잘 이행했을 때 차의 독 성분이 사라지고 맛과 향, 녹차의 좋은 성분이 유지될 수 있다.
대흥사에서는 절을 찾는 이들에게 차를 만들고 마시는 법을 알려준다. 지난 4~5월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흥사 세계유산 활용프로그램인 ‘스님과 함께 제다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서도 체험이 가능하다.
초의선사의 사상을 잇고 불교문화의 대중화를 위한 대흥사 차 문화 체험관도 최근 완공돼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다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혜장스님과 다산의 차 맛 잇는 강진 백련사= 강진의 차 역사도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다산은 초의보다 앞서 백련사 주지로 있었던 혜장스님과 차를 즐기며 우정을 쌓았다. 만덕산 백련사는 고려시대 때부터 자생해온 야생차 밭이 있는 곳이다. 만덕산은 야생차 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라고도 불렸다. 백련사 인근 다산초당에서 오랜 세월 보내며 실학을 집대성했던 정약용도 이곳의 이름을 따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
혜장스님은 백련사 부근 질 좋은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 다산에게 보내기도 했으며, 다산은 혜장에게 차를 보내 달라는 시 ‘걸명소’를 지어 보내기도 했다. 초의선사를 다산에게 소개시켜준 이도 혜장스님이었다.
혜장 스님이 머물렀던 백련사와 다산이 머물렀던 다산초당을 오고가던 오솔길은 동백숲과 야생차가 아름다운 곳으로 한국의 차를 부흥시켰다고 해서 ‘찻길’로도 불리운다.
백련사에서는 오늘날까지 혜장스님과 다산이 마셨던 차 맛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잎을 따 덖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녹차와 발효차를 만들고 혜장 스님이 다산에게 만들어 보냈다는 떡차를 만들기도 한다. 떡차는 찻잎을 져서 찧은 다음 떡처럼 빚은 덩어리차다.
다산이 혜장스님과 함께 마셨던 차 맛을 느끼고 싶다면 백련사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면 된다. 당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로 ‘다산의 차맛은 어떨까?’ 다도(茶道)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귀로는 찻물 끓이는 소리를, 코로는 차의 향기를, 눈으로는 차의 빛깔을, 입으로는 차의 맛을, 손으로는 차의 따뜻한 감촉을 느끼는 오감(五感)의 차 문화를 배울 수 있다.
강진에는 만덕산 외에도 보은산, 월출산, 득천, 금곡사, 수인산, 다산초당 주변 등에서 야생녹차를 재배하고 있으며, 야생수제차의 진미를 경험할 수 있는 ‘야생수제차 품평대회’도 매년 열리고 있다. 푸르른 녹차밭을 걸으며 차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백련사 차밭과 성전면 강진다원, 이한영차문화원 등을 거니는 것을 추천한다.

◇‘녹차수도’ 보성의 다원들= 다원이 많은 보성은 ‘차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예로부터 한국차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지리적으로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데다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해 차 재배에 적합한 습도와 온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녹차수도 보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보성읍에서 회천면에 걸쳐 곳곳에 다원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대한다업보성농원(대한다원)은 국내 유일의 차 관광농원으로 꼽힌다. 1957년부터 차 재배를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푸른 녹색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장관을 이뤄 사계절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드라마나 영화, CF 등의 단골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회천면의 백록다원은 유기농 녹차를 재배하는 다원이다. 14만 평에 달하는 차밭이 평지와 산지에 넓게 펼쳐져 있으며 차밭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백록다원에서는 우전차와 발효차, 세작, 녹차발효차세트, 녹차티백, 가루녹차, 티퍼레이드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5월 중순 이후 5개월간 찻잎따기와 수제차 만들기, 천연 녹차 치약과 방향제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회천면 영천다원도 빼놓을 수 없다. 영천저수지에서 올라오는 습기로 만들어진 안개와 청정 득량만의 미네랄을 품은 해풍이 만나는 차밭은 좋은 차를 만드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녹차와 홍차, 황차 등은 국제 차 박람회, 엑스포 등에 참가해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녹차밭의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봇재다원과 명량다원을 추천한다. 보성에서 율포로 가는 18번 국도의 언덕 길 정상에 자리한 봇재다원은 보성의 다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을 자랑한다.
차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차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차 문화관, 차 역사관, 차 생활관을 테마로 보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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