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설치 후보지 3개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쳐 난항
반려동물 장묘시설도 반발 우려에 장기사업으로 미뤄져 골머리
도시 인프라인 쓰레기 소각장을 비롯해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반려동물 장묘시설 설치 문제로 광주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해당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있고,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같은 이유로 장기과제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매월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매월동 대책위)는 17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월동에 소각장 설치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소각장 시설이 혐오·기피시설로 인식된 탓에 주민들은 건강·환경권 침해를 주장하며 ‘결사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광주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선정위는 현재 소각장 매립지 2차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비 3300억과 편의시설 650억 등 4000억여원을 투입해 2029년 12월 준공해 2030년 운행을 목표로 소각장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토지주의 신청을 받은 결과 공모 대상 지역은 광주시 서구 매곡동과 북구 장등동, 광산구 삼도동 3곳이다.
폐기물처리시설 관련 법률에 따라 지난해 6월 구성된 입지선정위는 이달까지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와 전문연구기관 선정,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의 최종 선정 등의 대한 사항을 심의하고 최종 선정지를 의결한다.
이달 말 입지 선정을 앞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매월동 대책위는 “25년 전 생긴 민간소각장에 더해 매일 650t의 쓰레기를 태우는 시립소각장이 추가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된다”며 “매월동 뿐 아니라 서창동, 금호동 등 인근 마을까지 소각장 발암물질 연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10년 째 매월동에 살고 있다는 양춘식(70)씨는 “소각장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인근 영산강 자전거 도로를 걷는 시민들에게, 유일하게 그린벨트로 묶여진 서창동 주민들에게도 퍼질 것”이라며 “소각장이 생겨야 한다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에 설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등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장등동 대책위)도 이날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장등동 대책위는 “장등동은 이미 변전소와 쓰레기 매립장이 있고 각화동과 문흥동 등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동네까지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돼 적합한 설치장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 인근 사거리의 교통혼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350대 가량의 쓰레기 차가 오고간다면 체증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삼도 본량 쓰레기 소각장 유치선정 반대 비상대책 위원회(삼도동 대책위)는 지난주 광주시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도동 대책위는 반대의견서에서 “최첨단 빛그린 국가산단과 친환경 미래 자동차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활성화에 장해가 될 것”이라면서 “또 수거차량의 주 통행 구간인 어등산 관광단지 일대가 함평, 영광, 평동산단과 빛그린 산단 진입구간이어서 극심한 교통 체증 지역으로 돌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가 추진했던 반려동물 장묘시설도 주민 반대가 우려돼 장기사업으로 미뤄졌다.
동물 장묘 업무를 공공에서 수행하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있지만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광주지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애견·애묘인들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타 지역 시설을 찾아가거나 사체를 쓰레기 수거 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배출하는 실정이다.
기피시설들 설치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지원책이 제시되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가 소각장이 설치되는 지역에 지역 자치구에 200억, 지역주민 숙원사업비 300억, 특별지원금 500억 등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피시설이 입지한 지역과 주민을 배려한 지속적 지원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기피시설을 집 뒷마당에 설치하지 않으려는 현상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해당 지역에 가스·전기요금 무상 지원 등 지속 가능한 지원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의 동의가 우선돼야 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복지·세제혜택과 같은 유인책 뿐 아니라 해당 지역 기관장 또는 행정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기피시설이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나도록 설계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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