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휴진 광주·전남 표정
전남대·조선대병원 사전 문자 통보
필수 진료과 평소처럼 운영 안도
문 닫은 동네병원에 환자 헛걸음
“안내문도 없이 문 닫나” 불만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18일 전면휴진’에 광주·전남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에 동네의원 의사들까지 가세했지만 우려됐던 ‘휴진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약환자들의 경우 애써 잡은 진료예약이 밀렸고 일부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발길을 돌려 문을 연 병원을 찾는 등 크고 작은 고충을 겪었다.
이날 오전 광주일보 취재진이 광주시 동구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로비에서 만난 지역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환자들은 사전에 문자로 ‘외래진료가 정상 진행된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날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면휴진에 나서 일부 진료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은 혹시나 “담당교수가 이날 휴진을 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전남대병원 이식혈관외과를 찾은 김정자(76)씨는 “다행히 정상진료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그래도 혹시 몰라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에서 전남대병원에 온 김순자(여·85)씨도 “백내장 수술 이후 눈이 잘 안보여 처방전을 받으러 왔는데 다른 때보다 대기 시간도 길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필수진료과인 응급실과 투석실 등을 찾는 환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되는 진료에 안도했다.
하지만 일부 진료를 멈춘 비 필수 진료과 앞은 텅 비어 있었다. 간호사 1~2명만이 텅 빈 대기실을 오가기 바빴다.
병원 측의 이날 외래진료 연기를 사전에 환자들에게 문자 통보를 해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고령의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이날 2개 진료과에 예약이 돼 있었지만 한 개 진료과가 문을 닫아 발길을 돌리는 환자도 있었다.
새벽 5시에 장흥에서 직접 운전해 병원을 찾은 심모(여·63)씨는 “오늘 심장센터와 이비인후과를 예약했지만 이비인후과 교수가 휴진에 들어가 심장 질환 검사만 받아야 한다”면서 “하루에 다 진료를 보기위해 같은 날로 잡았지만 이번 휴진으로 이비인후과진료를 위해 아픈 몸을 끌고 병원을 다시 와야 하니 불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환자들은 전남대·조선대 병원이 19일부터 정상 운영한다는 소식을 반기면서도 의정갈등으로 장기화로 인해 무기한 휴진 등 진료중단 사태에 들어가지 않을지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선대 병원에서 만난 송기중(60)씨는 “최근 누나가 암 진단을 받았는데 진료 예약을 잡기 어려워 어쩔 줄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큰 불편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환자들만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간 절제술을 받은 오태욱(78)씨도 이날 담당교수가 정상 회진했지만 “의료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입원환자로서 매우 불안하다”면서 “아픈 사람들 입장에서는 믿을 게 의사뿐이다. 하루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 동네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광주시 북구의 한 내과를 찾은 허미순(여·58)씨는 “혈압약과 당뇨약을 다 복용해 처방을 받으러 왔는데 문이 닫혔다”면서 “안내문도 없이 문을 닫으면 환자들은 어쩌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리 통증으로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모(70)씨도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집으로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김씨는 “대학병원이 아니라 동네 병원까지 파업하는 줄 몰랐다”면서 “오늘 하루만 쉬는 거면 다행이지만 계속 쉬면 어떡하나”고 푸념했다.
일부 동네 병원에서는 ‘원장님 개인사정으로 쉽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원장님이 아파서 쉽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 빈축을 샀다.
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의협 휴진 때문에 문을 닫는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혹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꾀병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고 “이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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