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부지를 기증한 부영주택이 인근에 고층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주시가 토지의 용도를 기존의 녹지에서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절차에 최근 착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녹지를 고층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한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세계적인 캠퍼스로 조성될 예정인 한전공대 주변 ‘고층 아파트 숲’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토지 용도 변경 권한을 가진 전남도 역시 부영주택의 수익만을 감안한 아파트단지 조성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나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한전공대 부지 40만㎡ 외 부영 CC 잔여부지 35만㎡에 최고 28층 53개동의 아파트 단지(5328세대)를 짓겠다는 부영주택 측의 안에 대해 나주시가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이하 협의회) 구성에 나섰다.
협의회 심의에서 평가항목을 선정하면 2개 지방일간지 이상 주민열람공고, 관련 실과 협의, 나주시의회 의견 청취, 나주시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나주시가 전남도에 토지 용도 변경을 신청하게 된다. 전남도는 이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해 최종적으로 용도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은숙 나주시 도시과장은 “전남도가 용도 변경을 결정해야 나주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부영주택이 제시한 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 주민, 시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부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나주시에서 신청하는 안에 대해 검토하겠으나 아파트 세대수를 최대치로 늘린 현재의 부영주택 안으로는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5만㎡에 이르는 부지 내부에 녹지, 도로 등 기반·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빛가람혁신도시 내 바람길, 통풍, 동선, 건축물 높이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훈 전남도 도시계획과장은 “전남도는 용도 변경 여부를 판단하며, 나주시가 건축물 층수와 용적률 등 구체적인 부분은 정한다”며 “녹지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의 변경 사례가 거의 없어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안으로는)전문가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공대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한전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유명 대학이 대부분 공원이나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고층 아파트 단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부지를 기증받은 입장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연구중심대학 캠퍼스, 산업클러스터, 연구소 등과 고층 아파트 단지와는 어울린다고 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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