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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희기자

“오월의 원통함 그림으로 펼치며 치유받아요”

by 광주일보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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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별전 두번째 이야기 펼치는 오월어머니들
죄책감에 예쁜 옷 못 입던 엄마들, 꽃무늬 옷 입고 ‘활짝’
13명의 작가 140여 작품 전시…24일까지 전남교육청서

오월어머니들이 직접 그린 작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오월어머니집 제공>

‘그림이 요상허게 그려졌는디, 머리카락이 자라듯이 꽃이 피고 있응께 나비들이 날아오고 있어.’ ‘내 그림은 머리카락이 꽃인디, 바람이 불어서 꽃들이 날아가고 있어.’

오월어머니들이 ‘기도하면 꽃이 됩니다’라는 주제로 감사 기도하는 자화상을 그렸다. 물동이나 빨래같은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다녔던 어머니들의 머리에 꽃을 얹었다. 어머니들은 ‘내가 꽃이 된다’고 생각하며 꽃바구니를 이고 가거나 머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그림을 작업했다.

5·18 특별전 ‘오월어머니들의 그림농사 두 번째 이야기’가 전라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1층 늘품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5월 메이홀에서 진행된 첫 전시에 이은 두번 째 결실이다. 모두 140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13명의 어머니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참여했던 21명의 어머니들 중 요양병원이나 중환자실에 계시는 분들이 빠지면서다.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인 올해, 당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은 현재 80~90세로 연로하다. 매주 진행하는 수업이지만 어쩌면 서로가 마지막 수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오월어머니들은 그 아픔을 그림으로 달래오고 있다. 5월은 여전히 그리움과 원통함으로 가득하지만 그림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치유받는다.

2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 오월어머니집에서 그림 수업을 맡고 있는 주홍 작가는 첫 수업을 회상했다.

“어머니들이 붓이나 크레파스를 만져 본 적이 없었어요. ‘국민학교밖에 안 나왔는데 뭣하러 비싼 도구를 나한테 주고 그리라고 하냐’고 하셨죠. 못 배워서 부담스럽다고요. 김치 담그듯이, 걸레질하듯이 색칠하면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물티슈와 비닐장갑 등 친숙한 도구들을 가지고 오감을 이용해 마음껏 그립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 ‘희생된 가족이 돌아온다면 해 주고 싶은 음식’ 등의 주제로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전시된 작품 옆에는 어머니들이 수업 시간에 툭툭 던졌던 말들이 붙어 있다. ‘우리 아들은 고무신밖에 못 신고 갔어’, ‘우리 남편이 그렇게 고등어를 좋아했는데, 밥상 한 번 차려주면 소원이 없겄어’ 등이다.

예전에는 잃은 가족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그림, 내 마음속 아픔을 정리하는 그림을 그렸다면 최근에는 ‘그림을 통해 나를 주인공으로,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전시장 벽면에 투명 집게로 걸린 50여 점의 인물 그림이 눈길을 끈다. 얇은 한지를 오리고 색칠해 좋아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으로 보성에서 삼베 농사짓는 이가 기부한 삼베 한지에 정성껏 표현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400여 점. 오월어머니들은 그림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받고 있다. 죄책감 때문에 5월이면 예쁜 옷도 안 입었다는 어머니들은 최근 꽃무늬 옷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는 등 큰 변화를 보였다. ‘나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성과다. 그동안 상처받고 소외됐던 어머니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찾았고, 이제는 ‘작가’로 불린다.

오월어머니집 김형미 관장은 “오월어머니들을 기억하고 연대하며 고통을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머니들이 오랫동안 미술 활동을 하며 많은 위로와 힘을 받으시면서 오월어머니의 그림으로 5월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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