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130주년 기념 역사탐방 참여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
‘협동조합 시민의 꿈’ 주관, 학생·시민 등과 항전지 돌아봐
매년 5·18행사 빠짐없이 참여 “한국에 사는 보람 느껴요”
지난 11일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협동조합 시민의 꿈’이 주관하는 광주·전남 지역민과 함께하는 ‘동학이 키운 독립 화수분’ 답사가 진행됐다.
학생들과 역사에 관심있는 시민 등 40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 11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담양 금성산성 연동사, 남원 교룡산성 등 항전지를 돌아보며 동학 혁명과 독립 투쟁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호남 3대 산성 중의 하나이자 동학농민혁명군의 전적지인 담양 금성산성 연동사에 들렀다. 전봉준 장군이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다.
전우치 동굴이라 불리는 동굴 법당과 노천법당 등을 둘러본 이들은 불교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스리랑카인으로서 더욱 흥미를 가졌다.
20여 년전 한국에 와 현재 목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는 나야나(57)씨는 이날 통역가로 동료들과 참여했다.
“한국에 살며 문화와 역사는 꼭 알아야 하죠. 직접 보면서 한국 사람과 함께 배우니까 신기해요. 앞으로 한국에 머무르는 스리랑카 친구들이 역사를 배우고 다시 돌아가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나야나씨는 스리랑카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과 감춰진 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해주며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5·18 행사에 참여하는 그는 2020년에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울먹이며 발표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솔자로 임세미 광주외국인 노동자 인권센터 쉼터 팀장이 함께 했다. 임 팀장은 외국인이 오갈 데 없는 상황이나 몸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단기 무료쉼터를 제공하며 연을 맺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지만, 한국을 배우길 바랍니다. 역사 의식을 가지며, 한국 생활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임 팀장은 그동안 이주 노동자들과 5·18 국립민주묘지, 구 전남도청 등을 돌아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행사에 함께 참여했다. 지난 파묘 답사 때도 17명과 고창 선운사에 다녀오는 등 스리랑카 친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임 팀장과 항상 동행하는 나야나씨는 지역 곳곳을 다니며 배우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레슬리(38)씨는 “한국에 살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따로 가기 쉽지 않아 단체로 답사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용접사인 다린두(30)씨는 “한국말이 서투르지만 미리 듣고 배우고 싶다. 회사 나가는 날만 아니라면 계속 오고 싶다”며 웃었다.
참여자들은 이후 순창을 들렀다가 동학군의 은신처인 남원 교룡산성과 담양 고하 송진우 생가를 답사한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비단 동학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과 국군이 피탈될 때 의병 정신, 독립지사들의 독립정신,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정신까지 역사적인 한 괘를 동학을 통해 찾고자 나서는 역사 기행입니다.”
강연을 진행한 이지훈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의 말처럼 스리랑카 노동자들과의 동학 기행은 시대마다 민중들이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동학의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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