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논란…불명확한 기준이 문제”
KIA, KBO에 공문 보내 쓰리피트 질의
이범호 감독 “악용 소지 있어…기준 필요”
아시아 최초의 ‘500 2루타’ 주인공 최형우가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자신의 기록이 아닌 팀을 위해 작심 발언을 했다.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는 지난 10일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진 6회말 2사에서 우익수 키 넘는 타구로 2루로 향하면서 통산 500번째 2루타를 기록했다. KBO를 넘어 아시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기록.
‘최초’의 순간이 만들어졌지만 이날 KIA가 2-4 패를 기록하면서 최형우의 기록이 빛을 바랬다.
‘기록의 스포츠’ 야구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지만 최형우는 11일 자신의 기록보다 팀의 패배에 더 무게를 뒀다.
최형우는 “2루타를 많이 쳤다는 것은 의미있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묵묵한 500 2루타 소감을 밝혔다.
오히려 최형우는 “야구를 하면서 사람이 다쳐야 하는 것이냐.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쓰리피트 논란’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다.
전날 KIA는 2-1로 앞선 8회초 역전을 허용하면서 패배를 기록했다. 승기를 내주는 장면에서 판정 논란이 일었다.
전상현이 1사 2루에서 박성한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2-2. 이어 최정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1사 1·2루가 됐다.
그리고 에레디아의 타구가 전상현의 다리에 맞았다. 전상현이 흐른 공을 잡아 1루에 송구를 했고, 세이프가 판정됐다.
에레디아가 타격 이후 파울 라인 왼쪽으로 잔디를 밟고 뛰었기 때문에 KIA는 이 장면을 놓고 어필에 나섰다.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KIA는 ‘쓰리피트 위반’에 대한 언급도 했다.
심판진은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어진 승부에서 KIA는 역전까지 허용했다.
KIA는 매년 쓰리피트 논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20일에도 NC와의 경기에서 3루주자 박민우가 라인을 한참 벗어나 홈에 들어오는 장면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0일 삼성전에서 피렐라의 쓰리피트 위반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고, 당시 KBO는 “쓰리피트 라인 판정에 대한 논란이 발생함으로 인해 2023시즌 후반기부터 3피트 라인 수비방해 규정을 세분화해서 명확히 적용할 방침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KBO는 “기존 야구 규칙 5.09와 6.01은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면서 파울 라인 안팎의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1루 송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 타자주자는 아웃 선언되고 다른 주자들은 방해 발생 순간에 점유하고 있었던 베이스로 돌아가야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야구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 그동안 1루 수비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 파울 라인 안쪽으로 뛰었다고 무조건 아웃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며, 심판원이 송구를 악송구로 판단하였을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판정하지 않았다”며 “후반기부터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 주자의 3피트 라인 안쪽 주루 행위가 명백히 수비(송구 또는 포구) ‘방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선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KIA가 ‘쓰리피트’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번에도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 KIA는 11일 오후 KBO에 관련해 공문을 보냈다.
KIA는 “야규 규칙 51페이지에 (타자아웃관련)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구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했을 경우에 대한 부분이 있다”며 “구단 입장은 전상현 포구 이후 송구할 때까지 (타자주자) 에레디아는 잔디를 밟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영상과 화면 캡처를 KBO에 보냈다. 지난해 7월 20일에도 논란이 일어 KBO에서 디테일을 강화한다고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비 방해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IA는 또 다른 질의도 남겼다.
KIA는 “주심이 관련 플레이가 발생했을 때 안쪽으로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쓰리피트를 위반하는 수신호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 부분까지 두 가지를 질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범호 감독도 이에 대해 “영상에서도 주심의 제스처가 있었는데 쓰리피트라는 동작의 신호라고 보여졌다. 그리고 분명 룰이 바꾼 부분도 알겠는데 방해를 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어떤 방해인지 모르겠다. 안으로 뛰어도 무방한데 손을 들거나, 점프를 해야만 방해 동작이 되고 아웃인 건지, 어떤 방해 동작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기습 번트 대고 잔디로 뛰어도 공간 생기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지. 악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실책이 되면 2루도 갈 수 있다. 바깥으로 뛰는 룰이 있고, 선이 그어져 있고, 어떤 방해를 이야기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틀이 있어야 경기할 때, 어필 할 때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명확한 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최형우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이범호 감독의 브리핑이 끝난 뒤 작정하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형우는 “정해놓은 규칙을 모르겠다. 유독 KIA한테 그렇다. 다른 팀 선수들 반응도 그렇다. 전에도 ‘야구가 무슨 피구냐’며 사람을 맞혀야 인정해주고 아니면 인정 안 해주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비시즌 때도 규정과 관련해 KBO가 설명하면서 안 맞혀도 인정된다고 했었다”며 “마지막 타석에 들어가면서 이 부분을 물었다.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주루라고 했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면 1루수가 홈플레이트 쪽으로 몸을 뻗으면서 잡았을 것이다. 접전 상황이었는데 뻗으면서 잡았으면 아웃이 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승패를 몰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정해진 것을 하면 좋겠다. 무조건 뛰면 안 되라든가 완벽한 기준이 없다. 이런 판정이 나올 때 어떤 팀은 좋고, 어떤 팀은 나쁠 것이다. 둘 다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만 지키면 안으로 무조건 안으로 뛰어도 돼, 어떤 상황은 안 돼 이런 게 확실해야 하는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렇다”며 “완벽한 기준이 있다면 우리에게 안 좋은 판정이 나와도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다. 계속 이런 상황이 나오니까 화가 많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모를 불이익에도 KIA ‘최고참’은 작정하고 목소리를 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 아래 후배들이 플레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베테랑의 바람이었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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