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자랑스런 한국의 역사
2. 44년만의 진상규명, 불씨 살려야
<하> 남은 과제는
나주 무기고 피탈 시점 등 곳곳 오류…왜곡 없게 보고서 초안 공개 필요
민간 차원 진상조사 계속할 수 있게 항구적인 조사·연구체계 마련 시급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조사가 일단락되면서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5·18 전문가, 관련자 등은 우선 진상조사위가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왜곡과 부실 조사된 사안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진상조사위는 오는 6월까지 조사 내용을 종합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합보고서가 의결되면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 결과로서 법적 권위를 갖게 된다.
문제는 종합보고서 발간에 앞서 미리 공개한 개별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권 일병 사망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시민군인지 계엄군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등 과거 법원 판결보다 후퇴한 결론을 내놨으며, 나주 무기고 피습 사건은 무기 피탈 시점을 엇갈리게 진술하고 ‘진위 여부 확인 불가’ 결론을 내리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송선태 진상조사위원장 또한 지난달 25일 열린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개별 조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미 진상조사위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친 개별조사보고서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진상조사위 측 입장이다. 결국 오류가 있는 내용을 선별해 종합보고서에서 제외하거나, 시민사회 및 5·18 연구자 등의 지적사항을 추가 의견으로 달아두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에서는 최종보고서 초안을 서둘러 공개할 것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종합보고서 초안을 확인해야 왜곡 소지가 있는 내용을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보고서 초안을 조속히 공개해 충분한 여론 수렴 기간을 보장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개별 조사보고서는 최대한 수정·보완하며, 불가능하다면 개별보고서 자체를 불채택·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 발간 이후로도 진상조사 활동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항구적인 5·18 조사·연구 기관 및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법적 조사 활동이 지난해 종료된 진상조사위가 군의 발포경위와 발포명령자를 밝혀내지 못하고 암매장된 행방불명자의 유해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지난달 기존 11개로 흩어져있던 5·18 조례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광주시장의 책무로 5·18 진상조사에 대한 노력을 명시하기도 했다.
5·18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추후 진상조사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로는 민간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공식 조사를 보완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조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민간 주도 조사 체계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일부가 국민의힘 추천 위원 등 보수 성향의 위원들의 지적을 받으면서 결론이 뒤바뀌는 등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5·18기념재단은 진상조사위의 조사 내용을 보완하고 추가 조사를 거치기 위한 민간 조사 보고서를 제작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1년 동안 조사를 거쳐 보고서를 제작할 방침이다.
진상조사위가 확보한 자료들을 광주시 5·18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작업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현행법상 조사위원회는 보고서 발간 이후 3개월 내로 기록물을 영구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해야 한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 ‘5·18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단체’로도 사본을 이관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진상조사위 보고서 발간까지 마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며 “진상조사위 기록물이 반드시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로 이관돼야 하는 것은 물론 민간 조사 기관도 조사 권한을 승계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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