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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한혜영 시인 “창작의 힘은 ‘외로움의 힘’이죠”

by 광주일보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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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동주문학상 해외작가상 시인, 첫 시조집 발간
현재 미 시애틀 거주...시, 시조, 동시 넘나들며 창작

“문단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 동시조입니다. 그러니 시조는 저의 첫사랑인 셈이지요. 그런데 이내 발길을 돌려 자유시와 오랫동안 연애를 했습니다. 마음 한쪽에 시조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늘 있었죠. 그런 마음이 이번의 시조집을 쓰게 했습니다.”

제 5회 동주해외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혜영 시인이 첫 시조집 ‘뒷모습에 잠깐 빠졌을 뿐입니다’(가히)를 펴냈다.

동주작가상은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으로 계간 시산맥과 광주일보가 함께 운영한다.

현재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 시인은 꾸준히 창작을 할 만큼 문학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얼마 전에도 동시집을 펴냈다.

시인은 “한국에 일이 있어 잠깐 들렀다가 가는 길에 시조집 출간 소식을 전한다”고 했다. 시와 동시만 쓰는 줄 알았는데 시조까지 쓰는 줄 몰랐다는 물음에 그는 그렇게 “시조는 첫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주제를 정해놓고 시를 쓰지 않습니다. 자칫 작위적이 될 수도 있어서요. 내키는 대로 쓰다가 묶은 시집으로 저의 내면세계를 확인하곤 합니다.”

시인은 이번 시조집에 담긴 작품을 작년 이맘때 썼다. 세월이 깊어진 만큼 자신의 삶을 돌아본 시편이 대부분라고 한다. 뒷모습에 잠깐 빠졌을 뿐”이라고 하는, 시조집의 제목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문득문득 뒷모습을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뒷모습은 스쳐지나오면서 보았던 타자의 모습이거나 스스로의 모습일 수 있다.

“첨탑에 저 붉은 해는 어느 닭의 볏입니까/ 날개를 갖지 못해/ 우러러만 보는 횃대/ 하늘엔 걷잡을 길 없는 불길이 번집니다// 노을을 등에 업고 절룩이며 돌아오는/ 퉁퉁 부어오른/ 하루의 발등 위에/ 오래 참아온 회개 향유처럼 붓습니다”

‘서쪽의 시간’은 삶에 대한 관조, 시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민자로서의 삶은 시인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줄 것 같다.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서쪽의 시간’과 마주하게 마련이다.

한혜영 시인

지난 199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올해로 35년째를 맞은 한 시인. 1994년 ‘현대시학’(11월호)에 시가 추천이 됐으며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1989년에는 ‘아동문학연구’에 동시조로 등단했다.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채로운 창작활동을 펼치는 것은 “각각 어울리는 용기에 음식을 담고 싶어서”이다.

음식에 따라 그것을 담는 그릇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어른 시가 담길 그릇에 동심을 담으면 뭔가 어설프고 충분해 보이지 않은 것과 같다”며 “각각 어울리는 용기에 담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압축미와 함축미를 살리고 싶을 때는 시조라는 그릇이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에서 작품활동 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힘은 외로움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외로움이 주는 힘이다. “노천명 같은 시인은 외로워지려고 일부러 산골로 들어가 살기도 했다”는 말에서 시인에게 자발적 고립이 창작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 경우엔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적절하게 이용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몇 달 전 시애틀로 이사를 했지만, 플로리다에 살 때는 한인도 많지 않고 정말 외로운 동네였습니다. 거기서 또한 자발적 고립에 가두기도 했지만요. 시애틀엔 가족이 많아서 이전과 같진 않겠지만 자발적 고립은 당분간 유지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시인은 계속 창작을 이어갈 예정이다. 출간이 안 된 시집 원고가 1권, 장편동화와 청소년소설이 각각 한 권 분량이 있다. 그것들을 다듬으면서 당분간 몰입할 생각이다.

“이번 시조집을 내고 보니 틈틈이 시조를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말로 동시조집을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장담은 할 수 없겠죠. 책에도 다 운명이 있으니 순리대로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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