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인 실내악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 정기연주회
아르메니아 작가 미디어 아트…정은혜 글·그림도 곁들여져
음악감독 김유영…효성컬쳐시리즈 ‘오은영 콘서트’도 출연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장애인연주자와 비장애인연주자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화음이 연주장을 가득 채웠다. 하이든의 ‘종달새’, ‘오버 더 레인보우’ 등 실내악 앙상블로 연주된 다양한 레퍼토리는 감동을 전했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스크린으로 비춰지는 정은혜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가온 솔로이스츠 제 3회 정기연주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Spirituality : 영혼의 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은 연주 뿐 아니라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졌다.
가온 솔로이스츠는 지난 2021년 장애연주자들과 비장애연주자들이 함께 만든 전문 실내악 연주단체다. 음악감독인 비올리스트 김유영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클래식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함께 마음을 나누며 연습하고 공연한다.
이날 연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맨하탄 음대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등 가온 솔로이스츠 단원 18명이 참여했다.
첫 곡은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아르메니아의 국민 작곡가 코미타스의 작품 ‘Armenian Miniature’이 장식했다. 이어 경쾌한 느낌을 전하는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 D장조’ 중 1악장, 노주희의 ‘국화꽃 향기’와 ‘다이안몬드 스트리트’, 드라마 ‘일타강사’ OST‘반대편’ 등이 연주됐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들도 선보였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인 ‘오버더 레인보우’와 흥겨운 리듬이 일품인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또 자폐성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 발달장애 단원들로 구성된 온누리사랑챔버 오케스트라도 찬조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연주회가 열리는 동안 아르메니아 출신인 해본 케복 무라드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작업한 미디어 아트 신작이 공개됐으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로 열연했던 화가 정은혜의 글과 그림도 소개됐다.
가온 솔로이스츠는 첼리스트 요요마와 함께 하는 대통령실 초청 연주와 효성컬쳐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된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 ‘동행’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모금부문에서 위원장상을 수상했으며 경기도 지정 전문예술단체로 선정됐다.
지난 공연에서 가온과 연주했던 요요마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리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가온과 함께 연주하면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보고 듣고 말하는 그 어떤 이들보다도 삶의 진실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더 강렬하게 더 뜨겁게 더 진솔하게 표현한다는 것에 전율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유영 음악감독은 “저희가 무대에서 느끼는 자유, 함께 살아가는 기쁨,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삶의 가치를 관객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주회를 준비했다”며 “장애인의 날, 예술로 모두가 하나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온 솔로이스츠는 오는 10월 23일 LG 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베리어프리 콘서트 시리즈 ‘당신이 별처럼 빛나길’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 실황은 가온 솔로이스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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