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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기자

그녀들, 골 맛을 알아버렸다… ‘골때녀 열풍’에 뜨는 광주·전남 여자 축구팀

by 광주일보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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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위민FC, 끈끈한 팀워크 ‘진도군의회의장배 전국동호인축구’ 우승
순천 여신FC,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실력 키워 대회서 겨뤄보고 싶어요”
‘실력 고만고만해 도토리’ 광주풋살팀 FS도토리, 전국 풋살대회 준우승

나주 위민FC

푸르른 잔디 위에서 공을 잡고 달리며 돈독한 팀워크를 다지는 여성들이 있다. 취미이자 삶의 일부로 축구를 선택한 이들은 그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뽐내고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 여자 축구팀에서 뛰고 있는 ‘축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나주 위민FC

#박하경(24)씨와 정미희(41)씨는 나주 위민FC에서 열정적으로 활동중이다.

25여 명의 회원이 있는 나주 위민FC는 월요일 오후 7~9시에 정기 훈련을 진행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자체적으로 모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께까지 연습을 한다. 주말에는 타 팀과의 매치도 종종 치러진다.

나주 위민FC에서 6개월째 뛰고 있는 박하경씨는 예전부터 축구 경기를 보는 건 좋아했으나 실제로 뛰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전부터 운동 DNA가 흐르고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육상부에서 뛰었고 광주체중과 광주체고를 지내며 양궁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양궁보다는 좀 더 활발한 쪽이 더 잘 맞았다”며 ‘뜀박질’의 매력을 말하는 그에게 축구를 하며 흘리는 땀은 그 자체로 활력소가 되어줬다. 주변에서도 ‘축구인’ 박하경씨에 대한 응원이 쏟아졌다.

그는 “예전에는 여자가 축구한다고 하면 ‘남자도 아니고 무슨 축구냐’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여자 축구도 활성화가 많이 되다 보니까 여자 축구하는 것 자체도 좋게 보더라. 또 예전에 육상을 했기 때문에 팀원들이나 주변인들이 축구를 하는 나를 보고 ‘너랑 딱 잘 맞겠다. 너 잘 할 수 있겠다’ 이런 응원을 더 많이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 위민FC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가족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회원들은 “우리는 그 어떤 팀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부할 수 있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정미희씨는 “시합을 나가거나 다른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함께 할 때면 ‘이쪽 팀 진짜 분위기 좋다’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며 “정말 바쁘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눈다. 서운한 점이 서로 없도록 한다. 운영진에서도 시간 쪼개가면서라도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정말 그런 부분에서는 너무 고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소통으로 다진 끈끈한 팀워크로 지난해 12월 열린 ‘진도군의회의장배 전국동호인축구대회’ 여자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당시 거센 바람과 함께 눈까지 날리면서 경기를 뛰기에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하경씨는 “처음 나간 대회였는데 다들 으ㅆㅑ으ㅆㅑ하는 분위기로 ‘괜찮아 잘할 수 있어’하며 멘탈을 무너지지 않게 잡아줬다. 처음 나간 대회치고 성적도 잘 나오고 분위기도 좋았어서 좋은 기억이 됐다. 그 계기로 이번년도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정미희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정말 뭉클했다. 우리 팀이 유독 팀워크가 좀 잘 맞는다는 걸 다시 느꼈다. 바람에 눈도 안 떠지고 힘들었을 텐데 다들 정말 열심히 뛴 덕분에 얻은 우승이었다”며 “축구는 말 그대로 혼자서만 백날 해서는 안되는 운동이더라. 우리도 실력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그저 모두가 자기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다 보니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100이 됐다”고 말했다.

 

순천 여신FC

◇순천 여신FC

#순천에서 활동하는 여신FC에서 5개월째 뛰고 있는 배지이(24)씨는 SBS 인기 프로그램 ‘골때녀’(골 때리는 그녀들)를 보고 축구에 입문하기로 다짐했다.

배지이씨는 “원래 축구를 좋아했었고 ‘골 때리는 그녀’에서도 자주 보고 하다보니까 직접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팀을 찾아보니까 순천에도 풋살팀이 있더라. 그래서 지원해서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순천 여신FC에서 활동하는 회원수는 20명으로 연령은 20~30대로 구성됐다. 주로 순천 신대지구에서 활동하며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뛴다. 7시 30분까지는 기본기 위주로 훈련을 하고 8시 30분까지는 게임을 뛰며 실력을 기르고 있다.

배지이씨는 여신FC활동을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그는 “운동 자체를 아예 안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확실히 체력도 좋아졌다. 만약 하루 훈련에 못 나가는 날이 생기면 좀 뒤쳐지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꾸준히 하려는 마음이 든다. 정기적으로 하니 재밌기도 하고 실력도 확실히 느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신FC의 감독과 코치, 매니저들도 회원들이 기본부터 잘 다져나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코칭해주고 있다.

배지이씨는 “처음에 들어갈 때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까 긴장도 하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가 가장 걱정이 됐었는데,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매니저님까지 처음부터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너무 좋았다”며 “공격수를 맡고 있는데 골 넣은 뒤 세레모니 하는 맛이 있다. 무릎을 꿇고 하늘을 양손으로 찌르는 동작을 하고 있다. 그 순간은 정말 짜릿하다”고 축구의 재미를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은 팀원들끼리만 뛰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팀이랑도 겨뤄보고 싶다. 경기력을 좀 더 키워서 대회에서도 당당히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광주여자풋살팀 FS도토리

◇광주여자풋살팀 FS도토리

#김선영(23)씨는 광주풋살팀 FS도토리에서 활동중이다.

50여 명의 회원이 있는 도토리팀은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 오후 7~9시, 토요일 오전 10~12시에 풋살장에 모인다. ‘도토리’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는 웃음을 자아낸다. 김선영씨는 “실력이 다 고만고만하다고 해서 ‘도토리 키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실력이 비슷한 회원들끼리 모였지만 경기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도토리 팀은 지난 6일 단양에서 열린 ‘제11회 단양소백산 철쭉배 전국 풋살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축구를 시작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김선영씨는 “그동안 취미로 여러가지 운동을 해봤는데 축구에는 유치원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축구를 하니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몸도 더 단단해진다는 것이 느껴지고 확실히 제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활동하는 언니들과 대회에 나가서 골을 넣거나 골을 만들어줬을 때는 굉장히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복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팀원들과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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