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31.28%)를 보이는 등 열기가 뜨겁지만 젊은층(18~29세)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 상호 비방과 말싸움만 계속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 청년들의 관심사가 반영되지 못한 공약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2차 유권자 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포인트, 응답률 17.9%, 전화면접 방식, 표본 프레임 무선전화가상번호 89.4%·유선전화RDD 10.6%)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중 18-29세 이하가 50.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21대 총선에 앞서 진행한 같은 조사(60.4%)와 비교해 보면 무려 10.1%포인트 차이다. 과연 청년층이 바라는 정치는 무엇이며 그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광주일보 취재진과 대학생 기자단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정오현(20·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광산구)=“후보 공약 실현 가능성 볼 것”
정치에 무관심하다. 정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 지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일할 생각보다는 서로 싸울 생각뿐인 것 같다. 나 하나 투표 하더라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는 무력감도 크다. 매번 비슷한 공약도 문제다. 시대가 변한 만큼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듣고 이를 반영해 미래 정치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내건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청년들이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투표를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교육도 필요하며, 쉽게 청년들이 정치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었으면 한다.
종이 홍보물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후보자들의 공약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K-POP 가수나 유명인들의 투표참여 인증이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
◇표지훈(23·중앙대 정치외교학과·서울)=“청년들의 현안은 생활물가”
현재 청년층이 생각하는 주요 현안은 ‘생활물가’다. 에너지 비용, 식료품 물가, 월세 비용 등 주거 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가가 폭등한 현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주거 비용 절감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물가 안정 및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생활비를 지원하는 공약이 필요하다.
현재 야당 심판과 정 권심판의 구도가 팽팽한 상황이기 때문에 후보 개인보다는 정당과 ‘사표 방지’를 지지하는 기준으로 삼을 생각이다. ‘촛불 항쟁’을 겪으며 정치를 전공하기로 결심할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정치가 각자의 삶과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데다 되풀이되는 정쟁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참여하는 정치의 힘을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주호(19·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동구)=“정치 쉽게 알려줄 매체 필요”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어려운 정치 용어 및 제도,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현재 정치 상황이 어떠한지를 쉽게 알려주는 매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어떤 정치적 이슈가 있었고, 그것의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간단하게 요약된 정보로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총선에서 대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숙사 공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청년 정책’ 공약으로 월 20만원 기숙사 5만호를 공급한다고 약속했는데, 대학생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기에 가장 큰 이슈라 생각한다.
또 많은 청년들이 비싼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국가장학금 수혜 범위를 늘리는 공약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취업문제 역시 모든 청년의 고민이다. 대학생들이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 줬으면 한다.
◇오수진(23·전남대 경영학과·동구)=“아이 낳고 싶은 환경 급선무”
다른 세대들에 비해 또래들을 만났을 때 정치 이야기를 제대로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관심을 쏟을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 정치가 청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등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바란다면 ‘청년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본인들의 밥그릇보다 진정으로 청년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청년의 입장에서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들의 표가 적다고 관련된 공약들을 간과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20대로서 무엇보다 저출산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현금성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로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남자 육아휴직이나 사내대출, 재택근무 등을 확대하고 타국가 모범사례를 참고해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도건우(23·충남대 화학과·대구)=“취업 관련 공약 살펴볼 것”
주변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할 정도로 정치에 적극적인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 비율은 3대7 정도다. 아무래도 대학생이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 ‘취업’과 관련된 공약을 중점적으로 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구 문제도 심각한 사안이라고 본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래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나라를 지킬 사람이 없어지고 노인들을 부양할 젊은층의 고통이 증가할 것이다. 또 국가 경쟁력이 줄어들고 인구 노화로 인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에 우리가 부양해야할 입장이다 보니 인구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공약들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번 선거에서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끝으로 후보들이 본인이 내세운 공약을 꼭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오선초(18·서강고·광산구)=“교육 환경 바꿀 정책 절실”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공부만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따라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공부만이 정답은 아니다’가 실현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20대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면 학교에서부터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정치에 싫증을 느끼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부정적인 뉴스만 계속 반복되다보니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따라서 투표 기준 역시 과대한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확실히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웠는지에 중점을 둘 것 같다.
◇임가은(21·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광산구)=“출산·주거 정책 가장 큰 관심”
청년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피로도’다.
특히 시시때때로 걸려 오는 선거운동 전화에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또 정치권에서는 의미 없는 신경전을 멈추고 싸우더라도 의미 있게 싸웠으면 한다.
현재 각 정당들이 내놓고 있는 청년 정책을 보면 유명무실하거나, 실질적으로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가장학금을 예로 들면 공무원 가정은 실질 소득에 비해 산정분위가 높게 측정돼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20대로서 청년지원금과 관련된 법안이나, 실질적으로 통할 수 있는 1자녀 혜택 등 출산 관련 정책, 주거문제와 관련된 정책들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다가와도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나 정책, 공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청년이자 예술계 종사자로서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청년이 아니더라도 예술계 지원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이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에서는 청년 주택과 관련된 공약이 필요하다.
10~20대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단순 교육이나 독려 정도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10~20대 ‘선거인 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하고 20대를 위한 공약이 너무 적다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청년층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결국 20대는 정치 소외에 빠져 ‘굳이 투표를 해야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이유빈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일1밈] “여태 나만 몰랐다…” 요즘애들 다 쓰는 SNS ‘로켓’ (0) | 2024.04.12 |
---|---|
[책터뷰] ‘홍보의 신’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 61만원으로 68만 구독자 모은 비결은? (0) | 2024.04.11 |
“쪽방촌 주민들에 한 끼 대접하며 행복한 나날” (2) | 2024.03.27 |
“완도매생이 감성 모르면 나가라” 릴스 대박 난 완도매생이협동조합 (1) | 2024.03.26 |
“회케이크로 대박…독특한 제품 계속 만들 것” (0) | 2024.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