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유튜브 성공 전략 담은 ‘홍보의 신’ 발간
충주시의 아들, 유튜브가 낳은 괴물, 올렸다 하면 100만 조회수를 찍는 유튜브계 미다스의 손.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남자,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이 9일 광주를 찾았다.
당일 아침 취재 지시를 받은 터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그가 최근 발간한 저서 ‘홍보의 신’을 읽어 나갔다.
“휴대전화 셀카 모드로 제 얼굴을 한 번 찍어봤습니다. 너무 역겹더군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바로 꺼버렸습니다.”, “그런데 시장님도 만만치 않으셨습니다. ‘유튜브를 지시한 지가 언제인데 살만 뒤룩뒤룩 쪄서는 유튜브를 안 하고 있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격수의 면모를 갖추신 것 같습니다.”
엄중한 분위기의 편집국을 울릴 정도로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문장들에 그와의 만남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날 만난 김 주무관은 기대에 부응하듯 다짜고짜 “사진 찍어드릴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단돈 ‘61만원’으로 68만 구독자, 2억4000만 뷰를 기록한 비결을 풀어놨다.
“저는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SNS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 대뜸 시청 홍보실로 발령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졸지에 ‘유튜브’라는 멀고도 험난한 임무를 떠맡게 된다.
홍보의 ‘홍’자도 모르는 그가 선택한 가장 쉬운 방법은 모방이었다.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는 약 60여개 채널을 모두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김 주무관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지자체가 올린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2회’였고 심지어 조회수가 없는 영상도 있었다. 시민도 담당자도 보지 않는 홍보영상을 과연 누가 보려고 할까.
그때부터 그는 ‘성공할 수 있다’는 300%의 확신을 가졌다. 이미 다른 지자체들이 실패했으니 딱 그 반대로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
그는 “많은 지자체들이 ‘정보전달’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홍보에 실패한다”며 “홍보를 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하라”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이 다 똑같습니다. 10여년째 안 바뀌어요. 그런데 그걸 열심히 소개한다고 해서 누가 보고 찾아올까요?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홍보에서 정보를 빼니 그때부턴 수월했다. 오직 재미 위주로, 홍보 대상과는 전혀 연관 없는 것들을 영상에 담았다.
충주시 유튜브 콘텐츠를 살펴보면 축제 소개 대신 축제 바가지를 단속한다. 또 조커, 푸바오 분장을 하거나 냄새 나는 하수 처리장에서 먹방을 하는 식이다.
그는 책에서 ‘교육청에서 교육을 빼고, 도서관에서 책을 불태워라’고 설명한다. 교육청이라고 해서 홍보영상에 꼭 교육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 답지 않은 ‘병맛컨셉’ 영상에 대중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올린 ‘공무원 관짝춤’ 영상은 980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이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렌드를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트렌드를 쫓아가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트렌드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스스로 트렌드가 돼 있을 겁니다.”
충주시 유튜브가 68만 구독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가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 충주시 유튜브 콘텐츠가 퍼지면서 조회수가 일파만파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들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따라하고, 스스로 퍼트리도록 재미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끝으로 조직이 바뀌기 위해선 실패를 용인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영상이 재밌다 한들, 윗선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것.
이는 그가 책에서 언급한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론’과도 맞닿아 있다.
뒷다리론은 1993년 6월, 프랑크프루트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크게 변할 사람은 크게 변해서 기여하라. 작게 변할 사람은 작게 변해서 기여하라. 변하지 않을 사람은 그냥 변하지 않고 있어라. 다만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
변하지 않아도 좋으니 변하려는 사람을 방해하진 말라는 말에는 그가 공무원 사회에서 뼈저리게 느낀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하다.
비단 공무원 사회뿐이 아니다. 변하길 원하면서 정작 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우리 사회 전체가 뼈 아프게 느껴야 할 말이기도 하다.
/글·사진=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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