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겨울비에 일조량 부족…담양 농민 “1년 키운 딸기 절반 버릴 판”
기후변화로 속까지 익지 않아 ‘물맛·무(無)맛’에 상품성 떨어져 한숨
일조량이 줄고 연일 비가 내리는 등 이상기후로 인해 광주·전남 딸기 농가에 곰팡이 등이 번져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수확량이 급감해 연일 가격이 오른 ‘금사과’에 이어 딸기도 ‘금값’이 되고 있어 소비자들도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18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담양군 금성면의 한 딸기 비닐하우스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3월이면 성수기여서 비닐하우스 안에는 빨갛게 익은 딸기가 줄기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하지만 곰팡이에 설익고 무른 연두색 딸기가 매달려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환풍기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습기에 축 처진 잎과 줄기에 달린 딸기는 채 익지 못하고 있었다.
2년 전 경기도에서 고향 담양 금산면으로 내려와 1만 3000여㎡(4000여평) 비닐하우스에서 12만주의 딸기 농사를 하고 있는 김천희(39)씨는 “이마저도 지난 주에 한번 솎아낸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생산되는 딸기가 80박스였다면 올해는 40박스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담양에서 30여년간 딸기 농사를 해 온 부모님도 이런 저조한 수확량은 처음이라고 하셨다”면서 “수확보다 버리게 되는 양이 너무 많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농가 피해의 원인은 변덕스런 날씨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주, 담양 등 전남 주요 지역 평균 일조 시간은 133시간으로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일조시간(177시간)보다 25% 감소했다. 특히 2월에는 비가 15일간 내리며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 등 시설원예 작물에서 생육지연, 기형과 발생 등 피해가 발생했다.
담양에서 9900여㎡(3000여평)의 딸기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송인성(39)씨도 피해를 봤다.
송씨는 “이상기후로 인해 겨울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탓에 비닐하우스 내부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균이 무섭게 증식하고 있다”며 “또 비가 그치면 바로 일조량이 높아지면서 딸기의 표면만 타고 속이 익지 못해 ‘물 맛’또는 ‘무(無)맛’이 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면 습기를 막기 위해 환풍기를 틀고, 기온이 높으면 부직포를 대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여물지 않은 딸기는 딸기잼을 만드는데도 사용할 수 없을만큼 상품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송씨의 하소연이다.
농민들은 “딸기 모종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300원하던 딸기모종이 5배나 올랐다”며 “모종을 판매하는 곳도 많지 않아 가까운 곡성에서 구하지 못하면 밀양이나 천안까지 가서 사와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모종을 추가로 구매해 다시 심거나 시설 정비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 도매처에 수확기에 물건을 보내는 조건으로 미리 돈을 당겨 쓰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시·군·구에서 농가에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담양군의 경우 비닐하우스 지원이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단동(1개동) 위주의 지원이라 연동(붙어있는 것) 비닐하우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농작 실패와 가격 상승 등으로 ‘모종’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딸기 생산량은 2019년 2662t에서 2021년 620t으로 급감했다. 같은기간 담양은 1만 286t에서 2021년 8404t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딸기 가격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딸기 ‘상품’ 기준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딸기 100g당 2020원에 거래됐다. 평년 1283원 보다 700여원 올랐다. 지난 1월에도 같은 기준 평년 2027원에 거래됐던 딸기가 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었다.
한편 전남도는 18일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량 저조 현상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현황 조사에 나섰다.
/담양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담양=한동훈 기자 hd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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