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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전화벨만 울려도 ‘철렁’…광주 공무원도 악성민원 ‘공포’

by 광주일보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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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공무원 사망 비극 남의 일 아니다
협박·폭행에 성희롱 등 시달려
욕설 퍼부어도 참을 수밖에 없어
“하루 민원 전화만 150통” 호소
민원 다발 부서 근무 기피 심각
악성 민원 처벌 강화 대책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김포에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광주 지역 공무원들도 “남의 일이 아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공무원들은 쏟아지는 각종 악성 민원에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매일같이 협박과 폭행, 인격모독을 비롯해 과도하게 많은 민원을 받느라 정작 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14일 광주시 북구 건설과 공무원 A씨는 “하루에 받는 민원전화만 120~150통에 달한다. 소리지르는 것은 물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기까지 한다”고 하소연했다.

북구 교통지도과 공무원 B씨 역시 하루 수십건의 민원 전화를 받는다. B씨가 받는 민원 내용은 ‘왜 주정차 벌금을 매겼냐’는 등 항의뿐 아니라 ‘버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쳤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데 무슨 일이냐’ 등 업무와 무관한 경우도 많다. 더구나 민원인들 대부분이 흥분한 상태에서 전화를 걸며 화가 나 욕설부터 퍼붓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B씨는 “아무리 불합리한 민원이라도 ‘참고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가 이에 항의하는 또 다른 민원이 접수될 수 있는데다가 ‘시민에 봉사’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민원인과 싸울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구 민원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행정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데 막무가내로 우길 때는 민원인의 말을 끝까지 듣고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민원 현장의 최일선인 동 행정복지센터는 폭행 등 신체적 위협까지 받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60대 C씨가 술에 취한 채 광주시 서구 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난동을 부렸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앞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죽이겠다’며 협박했고 실제로 현장을 찾아와 공무원의 뺨을 두차례 때리고 목을 팔로 휘감는 등 폭행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D씨가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어 여직원에게 ‘죽이겠다’, ‘담가버리겠다’고 말하고 성희롱을 했다가 고발당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사소한 민원을 처리하느라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신문고로 민원이 접수되면 답변을 위해 개인적인 민원이나 반복되는 사소한 민원까지도 무조건 현장에 나가 처리를 해야 하는 탓에 정작 중요한 업무를 놓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구의 민원 담당 공무원은 “국민신문고에 ‘집 앞 적치물을 치워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미처 현장 조치를 하기도 전에 민원인이 감사실에 전화를 걸어 ‘공무원이 일을 안한다’는 신고를 넣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 또한 ‘부부싸움 후 길에 휴대전화를 버렸는데 다음날 같은 자리에 가보니 없어 찾아달라’, ‘버스에 스팸 선물세트를 두고 내렸으니 다음달 입대하기 전까지 찾아달라’는 등의 사소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민원을 많이 받는 부서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기피 부서’로 통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피 부서는 교통지도과, 건설과, 식품 위생과, 청소 행정과, 복지과 등 환경개선, 단속과 벌금조치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들 부서에는 주로 쓰레기·적치물 처리, 단속에 대한 반발 등의 민원이 접수되며 악성 민원 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도 도입됐으나, 처벌 정도가 약해 일선 공무원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2021년 제정된 ‘공무원 보호조치 의무 법령’은 공무원에게 민원으로 인한 심리상담과 진료·약제비를 지원하고 휴식시간·공간, 인사조치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기피 부서의 경우 1년 주기로 인사이동 조치를 하고, 난동이 잦은 부서에는 청원경찰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청원경찰과 경찰이 동원돼도 대부분 귀가조치에 그칠 뿐더러 전화 통화 중 폭언을 들을 땐 매번 녹음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 악성 민원의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악성 민원은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이 5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광주의 한 자치구 공무원은 “악성 민원으로 인해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강한 제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시의 포트홀 담당 9급 공무원이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공무원은 생전에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된 차량 정체가 빚어진 데 대한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으며 인터넷에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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