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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영화 OST ‘필름 콘서트’, 포맷 남발인가 저변 확대인가

by 광주일보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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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디즈니 등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콘서트 ‘봇물’
광주예술의전당, ACC, 문화재단 등 공연 성료 및 예정
“영화의 감동 재소환”, “쉽고 편한 음악에 매몰” 엇갈려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웃집 토토로’. 오프닝 테마송 ‘산책’부터 ‘바람이 지나가는 길’ 등은 단골 레퍼토리다

 

요즘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영화 OST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히사이시 조’부터 ‘신카이 마코토’까지 영화음악 거장들의 음악을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2000년대부터 쏟아진 조수미 등의 영화음악 신보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영화음악 콘서트는 종종 열려왔으나, 요즘은 전국적 매진사태 연발로 그 기세부터 남다르다. 바야흐로 ‘필름 콘서트’ 시대인 것.

필름 콘서트는 원작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하고, 영화를 매개로 관객에게 음악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며 실시간으로 연주를 들려주거나,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발췌해 아카펠라를 곁들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같은 유행은 지브리·디즈니 등 애니메이션 영화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광주예술의전당만 하더라도 오는 16, 17일 대극장에서 지브리vs마블 OST 재즈 콘서트’,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페스타’가 각각 예정돼 있다. 이어 4월 27일 ‘지브리&디즈니 영화음악 페스타’가 펼쳐지며 28일 ‘신카이 마코토 영화음악 콘서트’도 관객들을 만난다. 같은 장소에서 ‘지브리&히사이시조 디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으로 6월 30일 열리는 콘서트도 이목을 끈다. 모두 애니메이션 필름의 원작 IP를 클래식과 접목한 영화음악 콘서트다.

ACC도 ‘브런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영화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부터 ‘어벤져스’, ‘라이온 킹’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음악을 매개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광주문화재단 기부금 매칭을 통해 퓨전앙상블 블랑이 펼친 ‘한여름 밤의 영화음악 콘서트’도 이목을 끌었다.

히사이시 조 25주년 콘서트에서 히사이시 조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주하는 모습

 

그러나 공연계 일각에서는 “신인이 빨리 무대에 데뷔하려면 ‘바흐 모음곡’ 같은 정통 클래식보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 OST 등을 먼저 익혀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 클래식 공연기획을 하며 필름 콘서트에 출연한 적 있는 공연기획자 겸 예술가 A씨는 “대중의 입맛을 따를지, 기획자의 의도대로 공연을 기획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며 “공모사업 통과, 유수 공연장 대관을 위해 우선 ‘흥행’과 맞물린 영화음악 콘서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서트에 가보면 ‘인생의 회전목마’나 ‘바다가 보이는 마을’ 등 매번 듣던 유명곡들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것을 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영화음악의 유행과 맞물려 안착한 기존 IP에 편승하려는 ‘유사 포맷의 남발’이라는 비판도 있다.

조선대 음악교육과 허효정 교수는 “필름 콘서트는 청중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광주 음악문화가 ‘그저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만으로 편중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작품은 무대에서 한 순간 울려퍼지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공연이 축적돼 한 지역의 문화적 경향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초청·대관 공연이라도 흥행의 성패를 떠난 레퍼토리 구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영화음악(OST)은 악보(Score)가 영상을 아래에서 보조한다는 의미에서 ‘언더스코어’라고 불린다. 그러나 유행에만 따르는 기획이 남발된다면, 영화와 음악 모두 흥행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필름 콘서트 자체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생명력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공연계·기관의 시각은 대체로 ‘긍정’이 우세한 편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영화감상의 경험’ 자체를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김동률의 곡 ‘기억의 습작’이 ‘건축학 개론’에 삽입돼 작품에 빛을 더한 것이 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 유행에 따라 최근에는 필름 콘서트가 ‘관객 점유율’이 높고 흥행하는 편”이라며 “기획자들이 공연 성공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 같은 포맷으로 콘서트를 제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계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 광주독립영화관 한재섭 관장은 “영화계 전반이 침체성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필름 콘서트를 통해서나마 ‘음악’과 ‘영화’ 모두에 대중의 관심이 환기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티브’나 ‘소재’가 유사한 작품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또 영화가 단순히 흥행몰이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기획에 앞서 영화의 예술성에 대한 이해, 이를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레이션의 편성 등이 선행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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