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지을기자

0.05%,음주운전은 무죄, 왜?!

by 광주일보 2020. 7. 16.
728x90
반응형

음주 단속에 나서는 경찰의 고민 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됐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A(34)씨는 지난해 4월 20일, 광주시 남구 대남대로 앞길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습니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서 출발, 2.5㎞를 운전하던 중 경찰 지시에 따라 차량을 멈추고 음주 측정을 받았습니다. A씨의 음주 수치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당시만해도 면허정지 ‘턱걸이’ 수치였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면허정지)은 지난해 6월 25일부터 0.05% 0.03%로 강화됐습니다.
A씨는 검찰의 약식명령(벌금) 처분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유없다”고 원심 그대로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 나왔는데, ‘무죄’가 나온 겁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였다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음주측정기는 기계 자체에 내재적 측정오차가 있고 체질에 따라 측정치가 달리 나올 수 있으며 기계 오작동 내지 고장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습니다.
여기에 입안을 헹구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음주 측정 수치가 정확히 0.05%인데도, 경찰이 입안을 헹군 다음 음주측정을 요구하거나 음주수치를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음주측정기 사용설명서’는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측정을 위해 측정기 사용 전에 구강 내 알코올 성분이 남아 있는지 여부와 껌 등 기타 음식물이 남아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음주 측정 전 입 안을 헹구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A씨의 운전 거리도 2.5㎞에 불과합니다. 이런 변수를 제외하면 ‘피고인이 운전을 시작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애초 단순 음주 사건으로 판단하고 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가 느닷없이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자 적극적으로 항소했습니다.
단속 경찰관이 측정기 설명서에 적힌 측정 전 사전확인사항을 준수했고 음주측정기의 경우 피측정자에게 유리하도록 하향편차 -5%가 적용돼 음주 수치를 표시하는 점, 최종 음주시간으로부터 3시간이 지난 뒤 음주측정이 이뤄진 만큼 혈중알코올농도 하강기에 있었다는 점, 채혈을 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고지했지만 A씨가 거부한 점 등을 제시하며 운전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이상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반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 3부는 그러나 “음주측정기가 피측정자에게 유리하도록 음주 수치를 표시하더라도, 음주측정기에 호흡을 불어넣는 세기, 신체적·심리적 상황별 호흡수에 따라 혈중알코올 농도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음주수치가 다르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05% 이상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경계선에 근접한 음주 수치가 나왔을 경우 음주운전 기준치 이하로 측정될 여지가 없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하강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거리가 2.5㎞에 불과하고 측정치도 정확히 0.05%인 것을 감안하면 A씨가 운전을 시작할 때 음주 수치를 0.05% 이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경찰은 앞으로 음주운전 여부를 나누는 경계선에 근접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측정될 경우에는 입을 헹구고 다시 한 번 측정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