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생각상자, 3월 12일까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영원에 가까운 것 가운데 몇 가지를 꼽으라면 시간과 물이 아닐까. 흐른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멈추지 않는 것은 변화를 발현한다. 변화 속에서 새로움이 싹 트고 그 새로움은 창조를 견인한다.
고영종 작가의 작품 속에 흐르는 ‘물’은 물리적인, 자연적인 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 또한 그것을 염두하고 화폭에 물의 이미지를 투영했을 것이다.
갤러리생각상자(관장 주홍)에서 진행중(3월 14일까지)인 고 작가의 ‘흐르고 흐르고 흐르다’전. 눈에 닿는 화폭의 풍경이 시원스럽고 장엄하다. 가장 본질적인 물의 특질을 작가는 흑백의 물감과 붓으로 구현한다. 어쩌면 작가의 내면은 고여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는지 모른다. 더러 멈추지 않고 미지의 곳을 향해 내달리는 물은 창작을 향한 영감의 원천으로 환기된다.
전시작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시무지기-검은 폭포’. 작가에 따르면 ‘시무지기’는 비가 오면 무지개 셋이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작가가 그곳에 갔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흐르는 물을 일련의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은아마도 그 때문인 듯 하다. 장구한 물보라는 없지만 검은색의 거대한 흐름은 그 자체로 영원불멸의 ‘자연의 숨결’로 다가온다.
주홍 관장은 “이번 전시는 흐름이 정지된 물로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적 연결과 멈춤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고영종 작가의 이색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헌편 고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젊음의 아름다움도 시간 속에 스러지며 굳은 약속의 말 또한 기억 속에 희미해진다”며 “물은 그런 의미에서 시간과 많이 닮아있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세게 자신만의 흐름으로 흘러가며 세상을 바꿔버린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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