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첫 80년대생 감독…선수시절부터 ‘감독감’ 꼽혀
“2군 총괄 코치 경력 큰 도움…한박자 빠른 경기 운영 배워
“하지마”라는 말 안할 것…선수들의 역량 최대치 보고 싶어
개인 아닌 팀 색 중점…일단 개막 전 부상 없는 훈련 주력”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이범호였다. 현역 시절 ‘만루 사나이’로 통하며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던 KBO리그 레전드. 시작은 한화였지만 KIA를 대표하는 타자이자 ‘타이거즈 캡틴’으로 박수받았던 인물. 퓨처스 총괄코치로 일찍 사령탑 공부도 했던 만큼 많은 이들의 환영 속에 ‘이범호호’가 출범했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감’으로 꼽혔던 이범호 신임 감독은 1981년생이다. 이번 계약으로 ‘KBO리그 80년대생 감독’이라는 새 물길을 연 그는 선수들이 주인공이 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범호 신임 감독과 일문일답.
-구단에서 감독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선수들을 가장 옆에서 잘 봐왔고, (감독 면접) 인터뷰 할때 질문도 그런 부분이 많았다. 좋은 멤버를 어떻게 끌고 가서, 성적을 낼 것인지 많이 물어보셨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웃으면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다.
-선수단 미팅할 때 타이거즈 색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만들고 싶은 색은.
▲옛날부터 ‘하지 마’가 많았던 것 같다. 선수들은 경기를 뛰기 위해 연습을 최소화해서 경기에 임하려는 게 강하다. 연습 자체를 게을리한다고 (지도자가)생각하면 경기할 때 체력적인 면에서 떨어질 수 있다. 선수들의 그런 생각을 지켜주고 싶다. 대신 경기를 뛰어주는 게 중요하다. 경기 뛸 수 있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시키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멤버들이다.
-생각보다 일찍 빠른 타이밍에 감독이 됐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지만,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감독이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타이밍이 빠른 거고 어떤 타이밍이 늦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늦게 한다고 해서 다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빨리 한다고 해서 안 된다는 것도 없듯이 젊을 때 머리 회전이 빨리 돌아갈 때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지 않다. 좋은 코칭스태프분들 모시고 한다. 빠르다는 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니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임무가 막중해졌다. 선수들만 믿고 가겠다.
-타격 코치에서 감독으로 자리가 달라졌는데.
▲옛날부터 ‘감독 자리에 가면 달라지지 말자’가 주관이었다. 달라진다고 해서 나한테 도움 될 게 없다. 혼자 할 수는 없다.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빈틈없이 짜여져서 가야 팀 자체가 잘 돌아간다. 이 부분을 첫 번째로 중점을 두고 할 생각이다
-선수 때와 지도자가 돼서 성향이 바뀐 게 있는지.
▲바뀐 것은 없다. 긍정적으로 하는 편이다. 타격코치 할 때도 ‘잘 치고 와’ 이런 말보다 ‘못 쳐도 상관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수록 확률이 떨어진다. 긴장감은 있되 부담감이 없으면 확실히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투수들 같은 경우 볼넷이 많다라는 압박이 제일 클 것이다. ‘볼넷을 줘라, 볼넷을 주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볼넷을 주면 코치와 상의해서 투수 교체하면 된다. ‘볼넷 던지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던지는 것과 ‘볼넷 줘도 바꿔주시겠지’라는 마인드 가지고 던지는 것은 다르다.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감독 선임 소식을 듣고 타이거즈에서의 시간을 돌아봤을 것 같은데.
▲소식 들은 뒤 ‘올 게 왔구나.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 이것부터 생각했다. 1~2분 생각하고 나니까 ‘내가 생각한 대로 가자’ 이게 정답인 것 같았다. 타이거즈라는 팀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었고 선수·코치로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팀에 몸담을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었다. 더 높은 자리에서 선수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는데 높은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겠다. 타이거즈에 감사하다.
-많은 것을 이곳에서 했던, 2017년 우승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때 시절이 가장 그립다. 이 선수들하고 같이 또 한 번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돌아보게 된다. 얘들은 잘하는데 내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도 한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에 걸맞게 나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수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삼진 먹었다고 해서 내 눈치 볼 필요 없다. 내가 선택해서 시합을 내보낸 것이다. 선수가 못 치는 것도 감독의 선택이 잘못된 부분이다. 그다음에 잘 쳐주면 고마운 것인데 뭐라 하거나 인상 쓰거나 혼내면 그다음 타석까지도 영향이 있다.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고 싶다.
-선수들 성향, 성격 알고 시작하니까 운영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멤버가 좋으니까 경기 운영할 게 있나 싶다. 베스트 멤버가 안 아프면 계속 나가는 선수들이다. 몸이 안 좋다고 할 때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나가고 싶은 상황을 만들어 주겠다.
-개막까지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안 다치고 엔트리에서 들어가서 시작하는 것이다. 연습량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운동장에서 베스트 컨디션으로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몸관리를 잘해주고 있다. 4번째 턴인데 큰 부상 선수 안 나오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현재 KIA 타이거즈의 강점과 약점은
▲선수들은 막아놓으면 말을 안 하고 꿍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면 긍정적인 애들이 많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못 지르는 애들이 우리 팀에 많다. 소리를 지르라고 놔두면 어떤 선수가 될지 보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소리 지르면서 해보라고 했을 때 선수들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다. 코칭스태프는 부상 관리만 잘하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를 강조했지만, 그래도 제한할 부분은.
▲성격, 행동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이야기할 것이다. 타당성이 있다고 하면 두 번 세 번 고민하고 생각하겠다. 타당성 없이 우기기만 하면 나도 가차 없어야 한다. 부드러운 성향이지만 아닌 건 확실하게 매듭지을 수 있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시즌 들어가기 전에도 선수들에게 한 번 이야기할 것이다.
-멤버가 좋은 만큼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멤버 없는 스트레스보다 있는 스트레스가 낫다.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있다. 처음 하니까 못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판단은 경기를 보면서 나중에 하면 될 것 같다. 2군 총괄하면서 경기 운영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어떤 타이밍에 작전을 내야하고 어떤 타이밍에 끊어야 되는지 배웠다. 처음에는 한 박자씩 늦었다. 늦는 것보다는 확실히 빠른 게 좋다라는 것을 배웠고 생각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감독이 되면 하고 싶었던 야구가 있는지.
▲잘하는 선수들이 간절함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많이 느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고 경기에 출전해서 간절하게 할 수 있는 것만 만들어주고 싶다. 거창한 꿈이 아니고 그것만 하면 나중에 상황들이 거창한 꿈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팀이 잘 꾸려져 있는데 내 색 넣어봤자 팀은 반대로 가게 된다. 팀이 가지고 있는 색에 더 좋은 색을 입힐 수 있게 하겠다.
-주장으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장 같은 감독의 모습도 기대되는데.
▲주장 할 때 했던 느낌대로 감독이라는 자리를 하면 선수들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감독님께 가서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성범이가 와서 해주라고 하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그게 팀에 가장 좋다.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도 캠프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 분위기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팀에 좋은 선수들, 올바른 생각을 하는 선수가 상당히 많다. 좋은 생각을 가진 고참 선수가 많으니까 후배들이 잘 배웠다. 좋은 생각 가지고 있는 애들이 많은데 그걸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하는 대로 하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우승을 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현역 때 김인식 감독님, 김기태 감독님 이런 분들 계실 때 워낙 선수들한테 맡겨서 잘해주시니까 ‘우리 감독님 우승 한번 시키자’ 그런 게 있었다. 선수들이 그런 마음 갖는 게 쉬운 것은 아닌데 한두 명이라도 그런 마인드 가져주면 고마운 것이다. 고참들이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성기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해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우리 선수들이 순한 애들이 많은데 뭔가 센 것이 자꾸 들어가니까 눈치가 돼버린다. 그것만 고쳐주면 될 것 같다. 선수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호주 캔버라=글·사진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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