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주택가 분리 수거장마다 수m 산더미처럼 쌓여
매년 점검 한다는 과대포장 개선 안돼 명절마다 몸살
대부분 플라스틱·이중 포장·재활용 안돼 처리 골머리
광주·전남 공동주택과 주택가가 명절선물 과대포장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일·육류 등 명절 선물을 포장했던 완충재와 각종 포장재의 플라스틱과 비닐, 스티로폼까지 재활용품이 넘쳐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규제와 단속이 느슨해 해마다 되풀이되는 과대포장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오전 광주시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과일, 식료품, 화장품 상자 등 쓰레기가 3m에 가까운 높이로 쌓여 있었다.
쓰레기 대부분이 택배 상자부터 과일 상자, 충전재 및 포장재, 비닐포장 등 명절 선물세트에서 발생한 것들인데, 수거장이 가득 차 노상에 쓰레기를 모아두면서 처치 곤란 수준으로 쌓인 것이다.
비슷한 시각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에는 각종 상자와 플라스틱 쓰레기 포대가 쓰레기 3m 남짓 높이의 수거장 천장까지 차올라 있었고, 금호동의 다른 아파트 역시 스티로폼 상자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장 내에 가득 차 더 쌓아 올릴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명절만 되면 평소보다 쓰레기가 3배는 쌓인다. 과일상자와 완충재, 충전재 등이 대부분인데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하고 마구 버려 골치다”라고 입을 모았다.
명절 선물세트 판매처에서도 과대 포장이 성행하고 있었다.
명절에 앞서 지난 6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시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각종 식품과 생활용품 등 명절 선물 세트 대부분이 플라스틱, 비닐로 이중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다.
킹스베리, 샤인머스켓 등 고가의 과일은 비닐·스티로폼 그물망·박스 등 3~4중으로 포장됐으며, 버섯·견과류 등은 비닐로 낱개 포장한 뒤 플라스틱 케이스, 종이상자 등으로 3중 포장돼 있었다. 현장에서 선물 세트를 보자기로 한 겹 더 포장해주는 서비스도 여전했다.
특히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명절 선물세트의 과대포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는 햄·고기 등 육류품을 한 덩이씩 개별 포장한 뒤 플라스틱 받침에 얹고, 종이상자에 담은 뒤 보자기로 감싸는 등 4중 포장을 해 주고 있었다. 한과 세트는 더 나아가 호두, 다식 등을 한 개씩 낱개 포장하고, 가로 15㎝, 세로 10㎝ 가량의 플라스틱 용기 하나에 동전 크기의 약과 6개를 하나하나 늘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시민 김인혜(여·29)씨는 “올해 받은 명절 선물들을 정리하고 보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플라스틱 받침대와 종이 상자, 충전재 등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류모(여·40)씨도 “명절만 되면 가격도 비싸지고 포장이 과대해진다”며 “포장재가 하도 많아 분리수거도 안 되고, 재활용도 안 돼 그대로 매립지에 들어간다는데, 경각심이 없는 것 같다. 딱 봐도 이중 삼중으로 포장된 제품이 어떻게 합법이냐”고 혀를 찼다.
광주시는 매년 명절마다 광주시 5개 자치구, 광주환경공단 등과 합동으로 명절 선물 과대포장 점검을 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 과대포장에 대한 제한 기준이 지나치게 여유로워 점검을 해도 적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의류를 제외한 모든 제품은 포장 횟수를 2회 이내로 하게 돼 있으며, 포장 공간의 비율은 제품에 따라 10~35% 이하를 유지하도록 정해져 있다.
실제로는 상품을 택배 상자나 종이상자, 보자기 등으로 감싸면서 한번에 2~3가지의 포장재 쓰레기 추가로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나, 현행법에는 이 점이 반영돼 있지 않다.
올해 광주시는 4개 자치구, 총 10건의 품목에 대해 포장검사 명령을 내렸다.
포장검사명령 건수는 지난 2022년 27건, 2023년 10건 등 올해까지 47건에 달하나, 이 중 위반 사실을 적발해 과태료를 매긴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과대 포장 관련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편이다”면서도 “선물 포장재 등 폐기물이 발생하는 건 차치하고 최소한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희 친환경자원순환센터장은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에 국제사회가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현행법은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둔 채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고 있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과대포장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순환디자인’ 등을 적용하려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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