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자영업자들, 임대료 등 운영비 걱정에 문 못닫아
‘명절 웃돈’ 알바 채용 언감생심…가족 동원 영업 부지기수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둔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절에도 가게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설에 가게문을 계속 열어야 하지만 비싸지는 인건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도 못 쓰고 꼼짝없이 혼자 가게를 지키거나 가족까지 동원해 명절을 가게에서 보내야 할 처지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서 베트남 요릿집을 운영하는 하민지(여·34)씨는 “사람도 별로 없고 명절이라도 쉬고 싶은데 월세 생각하면 하루만 쉬어도 10만원 이상이 빈다”며 “건물주는 월세를 올리려고 하는데다 아르바이트생이라도 뽑으려면 명절이라고 웃돈을 줘야 하니 사장 둘이서 일 해봐야겠다”고 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정부를 통해 받은 대출 상환 기간은 다가오고, 식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른데다 금리 때문에 추가 대출도 어려워져 자영업자들이 명절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서구 상무지구에서 24시간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덕운(71)씨 또한 “최소한도인 오전 1명, 오후 1명씩 총 2명의 베트남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영업할 생각이다”며 “요즘은 100만원 매출을 올려도 순매출은 5만원도 안 남을 때가 많다. 더구나 월세, 최저시급, 재료값 죄다 오르기만 하니 더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벌어야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일대에서 카페를 하는 50대 후반 김현환씨는 “명절에 매출이 떨어질 것이 뻔하지만 조금이라도 매출에 도움이 된다면 영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인건비라도 아껴야 하니 집사람이랑 둘이서 영업할 생각이다. 알바생까지 쓰려면 한달 매출이 3000만원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완지구에서 카페를 하는 김하은(여·35)씨는 “어머니 가게인데, 알바생 구하기 힘들어 종종 도우러 온다. 명절에도 이틀만 쉬고 정상 운영할 것”이라며 “명절이라고 따로 사람이 몰리는 건 아니지만, 임대료와 재료비가 나날이 오르니 도저히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명절 동안 가게 문을 닫지 않겠다는 자영업자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 자영업자 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5%가 설연휴에도 매장을 운영할 것이라 답했다.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76.7%)보다 4.8%p 증가한 수치다.
연휴 내내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응답자는 40.2%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4.8%p)했으나, 연휴 중 1~3일 가량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41.3%로 9.6%p 높게 나타났다.
설 연휴에도 쉬지 않는 이유로는 ‘설 연휴 매출 및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서(34.7%, 복수응답)’ 및 ‘조금이나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34.7%)’가 가장 많았다. 이어 업종 특성상 설 연휴가 대목이라서(26.7%), 기존 영업일에 해당되기 때문에(26.7%), 고향 방문, 여행 등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13.3%) 순이었다.
연휴 중 알바생 고용 계획을 밝힌 비율은 52.0%에 그쳤으며,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55.1%)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연휴 동안 신규 알바생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19.4%는 ‘나 홀로 근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 경영지원부장은 “인건비도 오른데다 명절에는 암묵적으로 20~30% 임금을 더 주는 게 관례라 사람 구하기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홀로 일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이라며 “빚에 허덕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유예·원리금 대출이자 경감, 코로나19때 받은 대출은 대출 경력에서 제외해주는 등 정책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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