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방불케 하는 불펜 피칭
한국어 배우고 문화 적응 분주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기 위해 KIA 타이거즈의 방안은 ‘급할수록 돌아간다’.
7일 KIA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 피칭장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KIA가 새로 구성한 ‘외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이날 나란히 불펜 피칭에 나섰다. 지난 3일 캠프에서 또 KIA에서 첫 불펜피칭을 소화했던 두 선수는 4일 만에 다시 공을 던졌다.
30구를 소화한 네일은 “포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과 존 안으로 던지는 것에 집중했다”며 싱커,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 등을 선보였다.
“포수와 사인 맞추는 연습을 했고, 모든 구종을 존에 던지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한 크로우는 45구를 던지면서 포심 패스트볼, 싱커,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지난 2년 외국인 투수 농사를 망쳤던 KIA가 고심해서 영입한 선수들인 만큼 네일과 크로우는 눈길 끄는 투구로 사람들의 감탄사를 끌어냈다.
던지는 투수도 이를 지켜본 이들도 만족스러운 피칭이었지만, 정재훈 코치는 “천천히”를 강조하고 있다.
정재훈 코치는 “두 선수 모두 재능이 좋다. 몸에 힘을 쓰는 것이라든가 새로운 구종을 연마할 때 감각 이런 부분에서 두 선수 모두 상당히 뛰어나다. 미국에서 잘하는 축에 속했던 선수들이고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는 선수들이니까 확실히 그런 부분이 보인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미국 스타일’이 걱정이다.
캠프 시작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과 달리 확실한 자리에서 차분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아직은 이런 환경이 익숙지 않은 ‘새 얼굴’이다.
정재훈 코치는 “미국에서는 곧 게임 들어간다. 미국에 있으면 계속 경쟁하고 생존해야 하는데 이곳은 그런 게 아니다. 개막에 맞춰야 하니까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도 많고 보여주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첫 불펜 피칭이 게임 불펜이었고, 이번은 경기와 경기 사이 가볍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다음 턴이 게임 피칭인데 네일이 오늘 조금 오버했다”며 “5개만 던지고 나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까 페이스 맞춰서 하라고 했다. 원하는 대로 충분히 해줄 테니까, 베스트가 아니라 개막에 맞추라고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로우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계속 페이스를 올리고 있고, 마지막에 ‘됐다’ 싶으면 조절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와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KIA 마운드에 힘을 더해줘야 하는 만큼 두 선수는 ‘진짜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KIA는 두 선수가 천천히 새 리그를 익히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펜피칭을 통해 ‘합격점’을 받은 두 선수는 적응력에서도 박수를 받고 있다. 선수들과 편하게 어울리면서 새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에도 열심이다.
특히 언어에 관심이 많다. 한국어로 표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통역에게 물어서 바로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아 좋아, 안 좋아’등을 한국어로 말한 크로우는 “더 많은 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호주 캔버라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김여울기자(그라운드 톡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A 타이거즈, 감독이 없어서 문제? 선임 이후가 걱정 (2) | 2024.02.13 |
---|---|
떡국에 윷놀이까지…KIA 호주 캔버라 캠프 ‘설맞이’ (1) | 2024.02.10 |
광주FC ‘원클럽맨’ 이민기 “듬직한 수비 조연서 빛나는 우승 주연 꿈꾼다” (1) | 2024.02.07 |
[KIA 타이거즈 스프링 캠프] 빨라진 개막…KIA 마운드도 ‘퀵퀵’ (1) | 2024.02.06 |
“더 믿음 주는 투구로 ‘V12’ 위해 최선 다하겠다” (0) | 202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