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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 무인도로 놔둘 수는 없잖아요”

by 광주일보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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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죽굴도 홀로 지키는 김일호·소정숙 부부의 설 희망가
40년 전 12가구 살던 섬…10년 전 들어온 김씨 부부만 남아
전력·식수 부족하고 여객선 없어도 죽굴도 있을때 가장 행복
대나무 치고 산책로 만들고…“가꾸다 보면 많은 사람 찾겠죠”

“우리만 남은 ‘죽굴도’(竹窟島)의 아름다움을 아는 주민들이 늘어 이웃들이 바글바글 했으면 합니다.”

완도군 노화읍 방서리 ‘죽굴도’(21만 4612㎡)에 살고 있는 김일호(66)·소정숙(여·61) 부부의 새해 소망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섬의 인구 변화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부가 살고있는 죽굴도는 2067년 무인도가 된다.

현재 죽굴도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왕대나무가 자생해 죽도라 부르다 죽굴도로 명칭이 변경된 이 섬의 현재 주민은 2가구 4명이다. 50여명을 헤아리던 때는 옛일이다.

하지만 한 가구는 건강상의 이유로 섬을 빠져나가 도심 병원근처에서 살고 있어 사실상 주민은 김씨 부부 뿐이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북적여 여객선이 죽굴도를 경유했지만, 점차 주민이 줄어 수십년 전부터 죽굴도 배편은 끊겼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완도 노화읍에서 30분간 김씨의 배를 타고 도착한 죽굴도에는 빨간 지붕과 파란 지붕 두채가 세워져 있었다.

선착장에 내리자 입구에는 김씨 부부가 직접 만든 ‘오셔서 반갑습니다’ 바위가 우뚝 세워져 있었다. 길목 따라 페인트 칠 된 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대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놓여있었다. 김씨 부부가 정성으로 키우는 파와 마늘이 자라고 따뜻해진 날씨에 활짝 핀 유채꽃도 보였다.

김씨부부는 10년 전 죽굴도에 자리잡았다. 뼈대만 남은 집을 사들여 돌담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페인트칠을 했다.

과거 고기잡이배와 돛단배를 타고 놀러온 아이들로 북적였던 이 섬은 지금은 김씨 부부만이 남아 지키고 있다.

김씨는 선박장에 배를 묶으며 “이곳 죽굴도가 예전에는 사람들로 북적 북적했다”며 웃어보였다.

죽굴도 앞바다는 참돔이 잘 잡히기로 유명해 낚시꾼들이 자주 찾았다.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회 떠 먹는 어른들과 썰물에 맞춰 조개 캐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김씨도 어릴적 돛단배를 타고 친구들과 죽굴도에 자주 놀러왔다.

김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16살 때부터 미역·전복 양식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여년간 새벽같이 일어나 밤 늦게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60대가 되자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두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수십년간 해오던 일을 그만두면서 어린시절 추억으로 가득한 죽굴도가 생각났다. 죽굴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며 “완도에서 함께 나고자란 아내도 동의해 이곳으로 살림을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덕 위에 세워진 작은 풍력발전기는 녹슬어 오래전 멈췄고 정박된 배로 가득했던 선착장은 텅 비어있으며, 조개 줍던 아이들로 가득했던 모래사장은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만 남아있다.

김씨네 집으로 들어가면 냉기가 감돈다. 보일러가 설치되지 않아 한겨울철에도 전기장판과 난로로 버텨야 한다. 전기가 부족해 전기장판조차 틀지 못할 때도 많다. 식수와 생활용수는 커다란 물탱크에 빗물을 담아 사용한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비가 오지 않아 물을 긷지 못해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또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노화읍으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바다 위에서 거센 파도에 침몰할 뻔 했던 위험도 있다. 태풍이 예고됐던 지난 여름, 묶어둔 배 위로 거센 파도가 내려쳤고 김씨 부부는 배가 부서질까 염려돼 정박을 위해 노화읍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떠났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높은 파도가 배를 덮쳤고 조타실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배가 흔들리고 바닷물이 넘실거리던 그때를 김씨부부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씨는 “섬에 살다 보니 항상 날씨 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와 물이 충분하지도, 이동이 편리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 부부는 죽굴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김씨는 “집 마루에 걸터앉아 바다 위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는게 가장 큰 행복”이라며 “부족한 농작물은 직접 키워먹고, 앞바다에서 돌김 따고 물고기와고동 잡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죽굴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김씨는 “나이가 들어 우리 부부마저 죽굴도를 떠나게 되면 이곳은 무인도가 된다”며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뱃고동 소리로 가득했던 죽굴도가 언젠가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부부의 목표는 이곳을 ‘아름다운 섬’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후죽순 자란 대나무를 치고 산책로를 만들었으며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도 설치했다. 산책로 중간과 능선 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대나무로 의자를 만들어 설치했다.

김씨는 “섬 곳곳을 아름답게 가꾸다 보면 이곳을 잠시 들렀다 가는 사람들도, 그들의 자녀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죽굴도를 찾고 싶은 공간으로 가꿔 다시 ‘사람사는 섬’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완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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