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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00여명 “외국에 사는 것 같다”…통역사 있어야 일상생활 가능
광주에 통역사 10여명 그쳐…특수학교·교육기관 등 인프라도 부족
한국 수어(手語)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의 공용어가 된지 올해로 8년이 됐지만 광주지역 농아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수어를 쓰는 농아인은 교통사고가 나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 등 급작스런 일이 닥치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들은 수어 통역사를 거쳐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광주시에는 10여명의 통역사만이 활동하고 있어서다.
4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 농아인(聾啞人·듣거나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1만868명(청각장애 1만249명, 언어장애 619명)에 달한다.
한국수어의 날(2월3일)을 맞아 광주일보취재진이 광주 동구농아인쉼터에서 만난 농아인들은 “광주에서 살고 있지만 마치 외국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교육기관을 비롯해 관공서나 대형마트, 병원, 백화점, 시장, 카페, 식당 등 어디를 가든지 수어를 통한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고 2020년 ‘한국수어의 날’(2월 3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수어는 여전히 외면받는 언어로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어통역사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 내 수어통역사는 총 10명이며 5개 농아인 쉼터에 1~2명의 통역사들이 배치돼 있다. 통역사 1명당 농아인 700여명 꼴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수어 통역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4살 때 심한 고열 때문에 후천적으로 농아인이 된 정주영(여·49)씨는 “공공기관에서 민원을 접수하는 것 조차 힘들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을 방문했을 때 수어통역사 신청을 미처 하지 못해 글씨를 쓰며 민원을 해결해야 해 힘들었다”며 “살다보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미리 통역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글씨를 쓰거나 몸짓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프거나 교통사고 등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농아인들은 억울하거나 잘못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초기에 제대로 된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경찰조사에서 피해를 자세히 진술하지 못해 억울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농아인인 조점래(60)씨는 “지인들의 경우 경찰서에서 통역사를 거쳐 진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던 사례가 종종 있다”며 “경찰, 법원, 병원 등 사실과 다른 정보가 전해질 수 있는 민감한 경우는 전문통역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어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교육기관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후천 장애를 갖게 된 문성학(36)씨는 “현재 광주에는 농아인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어 수어를 전문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현재 광주지역 특수학교는 수화전문 교육이 없는 점이 문제다”면서 “특히 공립학교라는 점에서 수어통역 가능한 교사가 있더라도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기면 공백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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