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남 어민들의 주 수입원인 매생이·물김 등 해조류 수확량이 기후변화와 유해조류 탓에 격감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높아져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리 등 철새까지 해조류를 뜯어 먹는 탓에 어민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 매생이 양식 어가 수는 2021년 593호, 2022년 553호, 2023년 526호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전남 물김 양식 어가도 2021년 3045호에서 지난해 2901호로 줄었다. 매생이는 겨울의 대표 보양식으로 지난해 1월 정부가 ‘이달의 수산물’로까지 선정했지만 양식어가는 줄고 있다.
양식어가가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이어진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해 양식 해조류가 폐사하거나 수확량이 줄어 수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기후예측센터의 해양기수정보서비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동아시아해역 (황해·동해·동중국해) 해면수온은 평년(18.6±0.4도)보다 0.9도로 높아 지난 1982년 이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매생이 수확철인 11월 국립수산과학원이 측정한 완도 노화 해수온도는 최고 20도를 웃돌았으며 2022년과 2023년 역시 최고기온 17도와 18도를 찍었다.
매생이는 8도 이하에서 잘 자라는데 온도가 올라가면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다고 어민들은 설명한다.
실제 전남 매생이 양식 생산량은 2022년 4273t에서 2366t으로 44%가량 줄어들었다.
물김 생산량도 2019년 47만 1347t에서 2023년 34만 4611t으로 감소했다.
배상윤 매생이 생산자협회장은 “고수온이 유지되면 매생이는 자라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피해가 발생한다. 고수온에서 왕성하게 자라는 파래가 매생이를 잠식해 결국 매생이가 폐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년에 비해 매생이 생산량이 10분의 1로 줄었지만 가격은 큰 변동이 없어 어민들이 버티지 못하고 손을 털고 있다”고 말했다.
물김도 마찬가지다. 물김의 최적 생장 온도는 10도 미만이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대표적으로 붉은갯병(조균류인 붉은갯병균이 기생해 김 엽체 세포 속을 뚫고 들어가 죽이는 것)이 발생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임종섭 물김 협회장은 “전체 생산량의 30%는 매번 고수온 피해를 입어 내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어민들의 손실이 크다”며 “어민들은 불법인걸 알면서도 벌금을 내가면서까지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염산처리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피해는 이뿐이 아니다. 철새가 해조류 양식장을 지나가면서 해조류 등을 먹어치워 어민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해조류를 수확하는데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조류를 내쫓기 위해 밤새 바다에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어민들은 밤새 돌아가며 배를 타고 함성을 지르면서 조류를 쫓고 있고, 일부 어민들은 거대한 부표위에 가건물을 지어 생활하면서 철새를 내쫓고 있다.
완도 어민 진성식(49)씨는 “매생이 수확 철에는 오리를 쫓아내기 위해 양식장 바로 옆에 숙소를 만들어서 숙식하며 지키고 있다”며 “공기총과 새총으로 쏘고 양동이와 꽹과리를 두들겨도 큰 소리에 익숙해진 오리들이 도망가지 않아 역부족”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피해에도 어민들은 수산물재해보험을 꺼리고 있다.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고수온이 3일 이상 지속돼야 하고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임종섭 완도 물김 협회장은 “고수온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와 전남도가 보상금보다 고수온에 강한 물김 종자를 연구해서 어민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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