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6번째 등록 전망…농사 중단된 논 자연 습지 된 ‘묵논습지’
천연기념물 원앙·삵·담비·팔색조, 희귀식물 낙지다리 등 서식지
무등산국립공원 ‘평두메습지’가 국내 26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전망이다.
평두메습지는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삵, 담비, 팔색조 등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물론 낙지다리와 같은 희귀식물 서식지다.
지난 2020년 집중호우로 물길이 훼손되면서 인근 경작지와 계곡에서 유입된 토사로 인해 마르거나 땅으로 변하는 등 큰 위협을 받은 평두메습지의 복원사업의 성과로 꼽히고 있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6일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평두메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5월 광주시 북구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가 광주시 북구 화암동 530번지 일대 평두메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기 위해 환경부에 협조 공문을 보낸지 8개월여만이다.
람사르습지는 습지의 유형이 희귀하고 독특하거나 국제적 멸종위기종 서식지이자 2만개체 이상의 물새가 서식할 경우 등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큰 습지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경우 지정된다.
평두메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경우 광주시에서는 처음으로 등록되는 것이다. 전남 지역 습지는 신안장도 산지습지(2005년, 0.090 ㎢), 순천 동천하구(2016년, 5399㎢), 순천만과 보성갯벌(2006년, 3만 5500㎢), 신안 증도갯벌(2011년, 3만 1300㎢)등 5곳이다.
람사르 습지란 물새 서식지 등 생태적으로 보호 가치가 인정되는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맺은 ‘람사르협약’에 따라 보호하는 습지로, 우리나라에는 순천 동천하구와 순천만·보성갯벌, 무안갯벌 등 총 25곳이 등록돼 있다.
무등산국립공원 내 최대 습지인 평두메습지는 주변의 농업활동과 사람의 손길이 자주 닿으면서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훼손이 커 보호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020년 여름 광주지역에 쏟아진 장댓비로 인해 다량의 토사가 습지로 유입되면서 수생태계가 큰 위협을 받았다.
특히 평두메습지는 북방산개구리의 최대 서식지이자 집단번식 장소인데다,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희귀식물 등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서 가치가 있어 복원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무등산국립공원은 습지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자연친화적 공법을 사용해 복원사업을 마무리 했다.
주요 복원 사항으로는 습지 가장자리의 진흙을 다져 벽을 만들어 물에 의한 침식 등으로 훼손된 서식지의 빠른 회복과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유도했다. 또 야자섬유를 섬유망체에 균일한 밀도로 채워 통나무 형태로 제작한 식생 롤(roll)을 설치해, 습지 내 수분을 저장하고 수생물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아울러 습지 내 토사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배수로를 내고 생태저류지를 조성했다. 일시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거나 경작이 중단된 논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습지인 일명 ‘묵논습지’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평두메습지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생태계가 복원됐다. 평두메습지는 수달·단비·삵·팔색조·솔부엉이·소쩍새 등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서식지이자, 큰산개구리·참개구리·도롱뇽 등 양서류 8종이 번식하고 산란을 하는 모습을 되찾았다.
또 ‘낙지다리’라는 야생화와 벗풀, 개대황 등 희귀식물을 비롯해 식물 208종도 평두메습지에 자생하게 됐다.
이에 평두메 습지는 람사르습지 9가지 기준 중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생명주기 중 중요단계에서 식물·동물 종을 보유한 경우 또는 악조건에서 피난처를 제공한 경우’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무등산국립공원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021년 제16회 전국 산림상태복원 기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평두메 습지는 전체 면적 2만 2435㎡ 가운데 사유지를 제외한 7401㎡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평두메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기까지 3개월~1년 정도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 세계 람사르습지는 이달 1일 기준 총 2511곳(약 257만2000㎢)이다. 지중해보다 약간 넓은 면적의 습지가 람사르협약 아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서 보호받고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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