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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좌판에 막힌 소방로·고장난 비상벨…여전한 화재 위험

by 광주일보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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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시장 화재 계기 광주 7개 전통시장 돌아보니
말바우시장 비상소화장치함 쓰레기에 묻히고 개폐기 작동 안돼
남광주시장 스티로폼 쌓아두고 양동시장 LPG가스통 관리 허술

24일 광주시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의 비상소화장치함 앞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고(왼쪽), 소화기에는 현수막을 걸어두어 비상시 사용이 어렵게 돼 있다.

24일 오전 10시께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 입구에서부터 비상소화장치함 문을 가로막은 불법 투기 ‘쓰레기 산’이 눈에 들어왔다. 소방용 호스가 담긴 장비함 또한 문 앞에 인근 점포 상인이 쓰던 손수레가 놓여 있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시장 곳곳에는 상인들이 쌓아 놓은 불법 투기 쓰레기를 비롯해 불이 옮겨붙기 쉬운 스티로폼 박스, 골판지 상자 등이 쌓여 있었다. 각 점포마다 비치된 소화기에 현수막, 전선 등을 걸어 놓거나 아예 치워버린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화재 시 연기를 빼내기 위해 설치한 천장·창문 개폐기와 비상벨 등은 아예 누르는 단추가 유실돼 작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전통 시장 7곳은 소화 설비가 고장나거나 유실되고 인화성 물질이 시장 곳곳에 방치돼 있는 등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최근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점포 200여곳이 전소되는 대형사고가 났음에도 광주 전통시장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은 시장 한 켠에 목재 팔레트와 스티로폼 박스 등 불에 타기 쉬운 폐기물을 산처럼 쌓아뒀다. 소화기 인근에 좌판을 열거나 쓰레기를 쌓아 둬 소화기에 가까이 가기조차 어려운 점포가 많았고, 일부 대피 안내 유도등은 아예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광산구 월곡동 월곡시장은 각 점포에서 통로에 상품들을 늘여놓아 소방차 진입은커녕 통행조차 쉽지 않았으며, 그 중에는 전기 히터와 LPG가스통, 종이상자 등을 한 자리에 두고 사용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태인 점포도 있었다.

양동수산시장 또한 점포 뒷편에 설치한 LPG가스통 인근에 함지박 등 잡동사니를 쌓아 두고, LPG가스 밸브에 물건을 걸어두는 등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아5일시장 상인 장금순(여·70)씨는 “최근 서천시장도 단 몇 분만에 시장 전체로 불이 번졌다고 하니 상인들도 무섭다”면서도 “우리 시장에서도 지난해 추석 때 대목 남겨놓고 과일가게에 불이 났는데, 불이 순식간에 번져 소화기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상인들이 직접 화재에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동수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솔직히 소방 대책에는 자신이 없다. 늘 화재 사고에 대한 불안을 갖고 살 수밖에 없다”며 “철저하게 예방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으나 상인들도 생업이 바쁘다 보니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용빈(광주시 광산갑)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 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광주의 전통시장에서는 8건의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다치고 8775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남에서는 9건의 화재가 발생해 3억 9092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도 저조하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광주 전체 2599개 전통시장 점포 중 1700곳이 화재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률은 65.4% 수준으로, 전년도 가입률인 65.5%(2613개 점포 중 543곳)에서 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가 3년마다 진행하는 전통시장 화재안전점검 결과에서도 광주·전남을 통틀어 소방시설 안전등급 A등급을 받은 전통시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2022년에 진행된 점검에서 광주 전통시장 9곳(1011개 점포)과 전남 전통시장 16곳(1367개 점포) 중 광주의 전통시장 5곳은 B등급, 4곳은 C등급을 받았다. 전남은 B등급 8곳, C등급 7곳, D등급 1곳 등이었다.

광주 점포 823곳 중 71곳(8.62%)에 수동식소화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19곳은 수동식소화기가 불량이었다. 전남은 1031개 점포 중 442곳(42.8%)에 수동식소화기가 없는 상태였으며 28곳은 불량이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광주의 경우 무작위 선정한 점포 72곳 중 43곳(59.72%)에만 설치돼 있었고, 전남에서는 71곳 중 24곳에만 설치돼 설치율이 33.80%에 그쳤다.

스프링클러 설비도 부족했다. 광주 326개 점포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37곳(42.02%) 뿐이었다. 전남은 199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상태였다.

또 광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설치된 경우도 29곳 중 3곳(10.34%) 수준이었으며, 전남은 80곳을 조사한 결과 한 곳도 설치된 경우가 없었다.

LPG, 도시가스 등 가스 사용과 관련 안전점검을 한 결과 광주는 무작위 선정한 점포 165곳 중 87곳만 적합 판정을 받았고, 47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전남은 380곳 중 79곳이 부적합이었다.

이용빈 의원은 “꾸준한 시설현대화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화재대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시장 소상공인은 생계터전을 잃기 때문에 정부가 더 적극적인 화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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