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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 서윤영 지음

by 광주일보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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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는 고려 남경의 궁궐이었던 연흥전을 재빨리 헐어 버리고 연흥전의 바로 앞에 새 궁궐인 경복궁을 지었습니다. 조선이 건국한 것이 1392년이고 320여 칸의 경복궁 전각이 완성된 것이 1395년이므로, 조선이 개국하자마자 바로 한 일이 연흥전 허물기와 경복궁 창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기발한 건축가들’의 저자인 서윤영 건축 칼럼니스트의 얘기다. 권력자들에게 건축은 자신의 이념과 사상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표징으로 고려 궁궐을 부수고 그 앞에 경복궁을 건축했다.

건물, 다시 말해 건축은 국가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아니 그것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제 강점기 그들의 조선의 침략 본산은 조선 총독부였다. 1926년 조선총독부가 완공된 자리는 경복궁 바로 앞이었다. 지금의 흥례문이 있던 자리로, 조선 총독부는 6조 관청의 꼭대기이며 경복궁 바로 아래에 들어섰다. 조선의 전통과 체계를 해체하고 총독부가 모든 권한을 관할하겠다는 야욕을 보여주는 증거다.

 

건축 칼럼니스트인 서윤영이 펴낸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서구 유럽 등 주요 도시들의 건축과 권력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세상을 바꾼 건축’,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 등 건축과 관련 다양한 책을 발간했으며 건축을 모티브로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를 쓰고 있다.

책에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건축과 도시 이야기가 수록돼 있어 일반인들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지배되지만 도시는 ‘보이는 주먹’에 모습이 좌우된다. 국가가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국민을 지배하는데, 그 이데올로기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도시와 건축이다. 따라서 국가는 가장 강력한 건축주인 셈이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절대 왕정을 이룬 국가였다.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선언은 단적으로 이를 방증한다. 루이 14세는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 귀족들을 모두 베르사유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귀족들이 궁정 안에 모여 살면서 사치 경쟁이 심화됐다는 데 있다.

프랑스 절대 왕정은 16세기까지 지속됐는데 그들의 화려한 무대가 바로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궁전이었다. 왕립 아카데미 출신 건축가들의 설계와 몇 번의 증개축 과정을 거치며 웅장해졌다.

그러나 프랑스 절대 황정은 대혁명으로 인해 무너진다. 나폴레옹 승리를 기념하고 새로운 프랑스 탄생을 보여주기 위해 개선문을 세운다. 1806년 시작해 1836년 완공됐는데 건축가 장 샬그랭이 설계했다. 절대 왕정 시기는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이었지만 이후에는 민족주의가 등장하면서 고대 그리스 양식을 재해석한 신고전주의가 유행한다.

19세기 독일 연방은 통일로 가는 전환기에 놓여 있었다. 300여 개 군소 나라 가운데 부강했던 나라는 바이에른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정도였다. 바이에른은 박물관과 발할라를 짓는 방식을 통해 역사를 재창조한다. 저자는 “이 둘은 국가 상징 시설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후대 왕인 루트비히 2세가 지은 세 개의 궁전은 호화롭기만 할 뿐 왕 하나만을 위한 별장에 불과”했다고 본다.

히틀러는 강력한 세계 제국을 꿈꿨던 야심가였다. 그는 비스마르크 집무실이 있던 곳에 총통 관저를 지었다. 그러나 독일이 패망해 베를린이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자, 동독 측은 프로이센과 히를러 시대 남은 건물을 부수고 사회주의 건물을 올린다.

이밖에 책에는 러시아 혁명이 불러온 건축의 변화, 일본 근대화와 관련된 건축 양식 등도 소개돼 있다.

저자는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와 사상”과 연관돼 있다고 강조한다.

<철수와영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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