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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기행 4 - 송재소 지음

by 광주일보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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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답사 1번지 사천성의 역사문화 속으로
“…꽃길은 손님 맞아 청소한 적 없는데/ 사립문 그대 위해 처음으로 열었소.”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당나라 시인 두보(712~770)의 ‘손님이 오다’(客至)의 일부다. 두보는 759년부터 765년까지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머물며 247수의 시를 지었다. ‘안사의 난’이 한창이던 762년 11월에는 사홍을 찾아 존경하던 시인 진자앙의 흔적을 둘러본 후 ‘야망’(野望)이란 시를 남겼다. “…사홍의 봄술은 추워도 푸르나니/ 맘 상하는 일이 눈앞에 가득한데/ 그 누가 나를 위해 이 술을 권하려나.” 현재 성도 사람들은 음력 1월 7일에 ‘두보 초당’을 찾아 당나라 시인을 기린다. 초당 내에는 사립문(柴門),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꾼 조그마한 오솔길인 화경(花徑)이 복원돼 있다.

송재소 성균관대 한문학과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 원장)가 펴낸 4번째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기행’이다. 이번 인문기행 무대는 중국 사천성이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성(省)인 이곳은 독자들에게 유비의 촉한(蜀漢)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곳 지형은 비옥한 분지(동부)와 험준한 고원(서부)로 이뤄진 까닭에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오랜 역사 속에서 독특한 인문적 요소를 형성했다. 저자는 ‘책머리에’를 통해 “사천성은 풍부한 문화유적과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어 나는 감히 사천성을 ‘중국 답사 일번지’라 부르고 싶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다”라고 밝힌다.

저자는 고대 청동기 유물 발굴지인 삼성퇴를 시작으로 천년고찰 보광사, 자이언트 판다곰 번식지, 도교 발상지 청성산, 유비와 제갈량의 사당 무후사, 두보 초당, 세계 최대의 석조불상 낙산대불 등지를 찾아 사천성의 역사문화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선 청동으로 만든 나무 형상의 ‘청동 신수’(靑銅神樹·높이 3.84m) 유물이 눈길을 끈다. 삼성퇴박물관 최고의 유물로 손꼽히는 유물로, ‘고대 촉인(蜀人)들의 태양 숭배 흔적’이면서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상징물’이다.

사천성은 유비와 제갈량을 비롯해 두보, 설도(당나라 여류시인), 당송팔대가 소순·소식·소철 3부자, 곽말약(중국 근현대 최고의 인문학자) 등 많은 인물들의 흔적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유비와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를 찾은 저자는 기둥 편액과 주련에 쓰인 구절과 두보 시를 통해 ‘삼국지’의 군주와 신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 개의 강이 합류되는 지점에 조성된 세계 최대의 석조불상 ‘낙산대불’(높이 71m) 과 중국에서 ‘다슝마오’(大雄猫)로 불리는 멸종위기의 국보급 동물 자이안트 판다는 사천성의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사천성의 역사적 공간과 인물을 소개하며 명주(名酒)와 차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진흙으로 만든 발효 구덩이에서 발효시켜 만드는 ‘노주노교특국’을 비롯해 ‘국교1573’, ‘전흥대국’, ‘타패주’ 등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고유의 술들마다 독특한 역사와 제조법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패주’는 두보의 ‘사홍의 봄술’(射洪春酒)에 바탕을 두고 있는 술이다. 별도로 수록한 김남훈의 ‘보이차 이야기’ 역시 중국차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사천성 역사·문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삼국지’의 무대로만 막연히 알고 있던 중국 변방의 사천성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누군가 사천성으로 역사·문화 여행을 떠난다면 시와 술, 차가 담겨있는 이 책은 유용한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이 할 것이다.
<창비·2만3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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