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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장애인 예술가에 더 많은 취업 문 열리길”

by 광주일보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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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예술가 호남권 첫 임금근로 계약 이귀원·이혜선·이소윤씨
대신정보통신과 1년 계약…장소·재료비도 제공 받아
“첫 월급 꿈만 같아…후배들에게 길 터주는 활동할 것”

호남권 중증장애인 예술작가들이 광주시 북구 중흥동 (사)광주장애인미술협회 작업실에서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선, 이소윤, 이귀원씨.

“2024년에는 장애인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취업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이귀원(63)씨는 올해 새 출발의 포부가 남다르다. 장애인 예술가로서 26년만에 처음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광주지역본부와 (사)광주장애인미술협회는 최근 대신정보통신(주), 중증장애인 예술가 3명과 1년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씩 본인의 작품을 대신정보통신에 제공하며 하루 3시간 30분에 달하는 최저시급(9860원)을 월급으로 받게된다. 장소제공과 재료비도 지급된다. 이번 채용은 중증 장애예술가들이 임금근로자로 계약된 호남권역 첫 사례다.

이씨는 1996년 1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1년간 입원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이씨는 상반신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미술과 목공예에 도전했다. 그는 1998년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광고미술 분야 금메달, 2000년 전국장애인 기능올림픽 대회에서 퍼스트디자인 분야 금메달을 수상하며 미술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됐다.

하지만 1년에 판매하는 작품은 1개밖에 되지 않아 다음 작품을 위한 재료비조차 충당하지 못했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몸 상태가 더욱 예민해져 작업하는 것도 힘들어져 체력적 한계도 있었다. 이씨는 “체육 분야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시간도 일자리로 여기고 월급이 주어진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여전히 열악한 게 현실”이라며 “2024년에는 장애인을 위한 취업의 문이 보다 활짝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었던 이혜선(여·26)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미술을 시작했다. 이후 2021년부터 광주장애인미술협회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이씨는 그림을 그릴 때면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만큼 푹 빠져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함이 컸다. 장애인 예술작가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서 꾸준한 수입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모님의 지원과 장애인 연금으로만 평생을 살아왔던 이씨는 최근 본인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12월 월급을 받았다.

이씨는 “언젠가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게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그동안 부모님의 지원과 장애인 연금으로만 생활해왔지만 본인의 이름으로 수입이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선천적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이소윤(여·21)씨는 근로계약 체결 이후 그림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해온 이씨는 보고,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옮기는데 큰 재미를 느꼈다. 이씨의 부모님은 이씨가 직업을 얻을 수 있을거라 기대조차 하지 못했기에, 이씨가 자랑스레 내보인 명함과 사원증을 보며 크게 기뻐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마냥 그리고 싶은 그림, 좋아하는 사물을 그렸다면 지금은 회사에 소속돼 있어 소속감도 느끼고 내가 잘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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