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화순 다산미술관
무등산이 커다란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한 형상이다. 껑충하게 큰 키를 자랑하는 소나무와 붉은 기와지붕 집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은 푸근하면서도 정겹다.
이정래 화가의 ‘무등산1’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껏 알아왔던 무등산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서석대와 입석대가 솟은 정형화된 형상이 아닌 따스한 어머니의 품이 느껴진다. 동양적인 정서에 서양적인 기법이 접목된 작품은 세련미와 아울러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지난 19일 개관해 오는 29일까지 다산미술관(관장 이정남)에서 열리는 이정래 기획 초대전. 이 작가는 그동안 한국화를 비롯해 서양화, 서예, 문인화 등을 섭렵했다. 또한 학정 이돈흥, 금봉 박행보 등을 사숙함으로써 열린 예술관을 가지게 됐다.
화순 출신인 이정래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다산미술관이 지역의 저명한 예술가를 재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고 이 작가가 초대된 것.
전시실에서 만나는 여러 작품 가운데 ‘봄날’ 또한 눈에 띄는 그림이다. 산과 하천과 하늘, 그리고 농토를 배경으로 두 마리의 새가 큰 날개를 펴고 허공을 나는 모습은 비할 바 없는 한가로움을 선사한다. 초록의 하늘이 물에 비친 물그림자는 아늑하고 아직 눈이 희끗희끗 남은 산언저리는 유순한 정기를 발한다.
이정남 관장은 “이정래는 문인화를 토대로 동서양의 재료를 적절하게 활용해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라며 “자신만의 철학과 사유에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기법을 입힌 작품은 세련미와 고전적인 미를 선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산미술관은 화순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지금까지 다수의 전시와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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