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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나는 83세 여고생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by 광주일보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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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졸’ 장광자씨, 검정고시 마다하고 초등학교 과정부터 차근차근
동구 소태동 지세움서 고교 1학년 과정 “삶의 영역이 넓어졌어요”

장광자씨가 14일 광주시 동구 소태동 지세움 앞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딸 강성례씨 제공>

“83세 여고생입니다.”

70여년 전 국민학교 졸업 후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다시 초·중학교를 거쳐 고교에 다니고 있는 만학도 장광자(여·83·광주시 동구 학동)씨의 당당한 말이다.

5년 전부터 장씨의 매일 아침 일과는 책가방에 교과서를 담는 것이다.

다른 만학도와 달리 장씨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매일 등굣길에 나서기 때문이다.

대부분 검정고시로 교육과정을 ‘프리패스’하기도 하지만 장씨는 직접 학교를 다니며 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것이다.

장씨는 함께 살고 있는 딸 강성례(54)씨의 권유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70여년 만에 다시 책가방을 멘 장씨의 삶은 학교를 다니기 전과 후로 크게 달라졌다.

매일 오전 9시 등교해 오후 1시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지만,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젊어진 기분이라고 장씨는 강조했다.

월산국민학교에서 6년 과정을 마쳤지만 돈이 없어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장씨는 2019년 다시 월산초등학교에 입학해 1년을 더 다닌 끝에 졸업장을 받았다.

중등 교육 자격을 얻게된 장씨는 금호 평생교육관을 3년간 다니며 중학 3년 과정을 거쳤다.

올해는 동구 소태동 지세움에 입학해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

장씨는 “6·25 전쟁 당시 집에 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은커녕 초등학교 졸업장조차 받지 못했다”며 “딸의 권유로 학교를 다니게 됐지만, 검정고시에 자신이 없어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녀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1983년부터 광주시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전복과 해삼, 꼬막 등을 파는 상인이었다. 밤낮으로 일하며 1남 2녀의 자식들을 키웠지만 6년 전, 건강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지세움에서는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이 공부한다. 장씨는 최고령 ‘맏언니’다. 장씨는 국민학교 당시 도시락을 싸서 함께 나눠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구마 등을 챙겨 학교에서 나눠먹기도 한다.

장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 얘기도 허물 없이 나눌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매번 자식 자랑, 돈 자랑뿐이라 경로당이 꺼려졌지만, 학교에 가면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고 뜻맞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장씨는 학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돈을 모아 함께 커피를 마시고 밥도 사먹는다.

장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한국사’다. 해남에서 태어난 장씨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공부할 때면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하곤 한다. 격동의 현대사를 배울 때면 온 몸으로 겪어온 세월들이 하나둘 생각나며 정신이 또렷해진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공부 열정도 뜨겁다. 시험기간이면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교과서 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한다. 잠들기 전까지 메모장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딸 강씨는 전했다.

또 장씨는 건강하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이젠 매일 아침 등교전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다.

장씨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은, 삶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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