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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겨울이면 냉동고…쪽방촌 사람들 겨울나기 두렵다

by 광주일보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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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287세대 생활환경 조사
식비 빠듯해 보일러는 엄두 못내
68.8%가 전기장판에 의지
쪽방 생활에 63% “건강 나쁨”
27% “극단선택 생각한 적 있다”
동구 “소외계층 대책 마련할 것”

13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여관에서 쪽방촌 거주민이 전기장판을 틀고 추위를 녹이고 있다.

이진우(63)씨는 오늘도 안방에서 두툼한 패딩 점퍼를 벗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한 겨울인 12월이 시작됐지만 보일러를 맘대로 틀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다시 주말에 한파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이씨는 벌써 걱정이 앞선다.

13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동구 대인동 이씨의 방은 고작 2평 남짓으로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달방에서 23년째 살고 있는 이씨는 “겨울 나기가 가장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웃풍이 심한데도 난방 보일러가 없어 냉골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며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비도 새고 좁고 불편하지만 임대아파트 등 다른 곳으로 이사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며 “월 67만원 기초생활수급비로 버티려면 월 20만원 쪽방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 대인동의 다른 쪽방에서 만난 강성문(74)씨도 이불 없이 생활이 불가능했다. 방 안에서는 냉기가 사방에서 들어오고 바닥에서는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강씨는 “춥고 불편하지만 돈이 없으니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강씨가 거주 중인 쪽방은 단열이 안 돼 여름이면 찜통, 겨울이면 냉동고 마냥 한기가 돈다. 침대 하나만 놓아도 방이 꽉 차 밥 지을 데가 없는 탓에 강씨는 화장실 변기 옆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놓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의 한 쪽방촌 복도.

강씨는 단칸방에서만 17년 째 겨울을 났다. 강씨는 “한달 70여만원으로 사는 형편에 난방기구 하나 사려면 하루 한 끼 식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며 “물가도 올라서 맛있는 것 하나 먹어볼 엄두조차 못 낸다. 수급비나 노령연금이라도 10만원만이라도 올려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씨와 강씨처럼 광주시 동구에서 거주하며 혹독한 쪽방 겨울나기를 하는 쪽방 거주민 열명 중 일곱명은 보일러조차 못 때는 등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동구는 최근 ‘쪽방촌 실태조차 최종 용역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광주시 동구 대인동 175세대, 계림1동 112세대 등 총 287세대의 쪽방촌 주민의 생활 환경을 조사한 결과다. 설문에는 총 16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쪽방촌 주민들의 45.7%가 겨울철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춥다’고 답했다. 난방 기구로는 68.8%가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으며, 도시가스 이용자는 13.1%, 전기패널 10.0%, 기름보일러 3.8% 등이었다.

난방비 지출과 관련 67.5%가 ‘난방비를 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10만원 이상 내는 경우는 3.1%, 5~10만원 10%, 2~5만원 10%, 1~2만원 5% 등으로 집계됐다.

쪽방 주거환경 관련 불편한 점으로 32.5%가 식사를 꼽았으며, 2순위로는 24.6%가 난방·누수·습기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불편한 주거 환경은 건강 문제로도 이어졌다. 본인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62.9%가 ‘나쁨’또는 ‘매우 나쁨’이라고 응답했으며, ‘좋음’ 또는 ‘매우 좋음’은 6.2%에 불과했다.

평소 앓고 있는 질병이 있느냐는 질문에 82.5%가 ‘있다’고 답했다. 질병 유형으로는 고혈압 39.4%, 당뇨 30%, 관절염 13.8%, 우울증 등 정신질환 6.3% 등이었다.

최근 1년 이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이들은 19.4%였으며, 이 중 71.0%는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가장 필요한 진료 서비스로는 26.9%가 ‘치과 진료’를 꼽았으며, 건강검진 16.3%, 정형외과 진료 11.3%, 약품 지원 6.3% 등 응답도 뒤를 이었다.

최근 1년 이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27.5%가 ‘예’라고 답했으며, 6.9%는 시도까지 한 적 있다고 답했다.

설문 응답자 중 67.5%가 생계급여, 주거급여, 연금, 근로소득 등 포함해 월 소득 50~1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원 이상 월 소득자는 21.9%에 불과했다.

주요 소득원은 60.6%가 정부보조(수급비)였으며, 근로활동을 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근로 활동을 못 하는 이유로는 60%가 ‘건강상의 이유’를 택했으며,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응답은 10%였다.

가장 필요한 생활비로는 71.3%가 ‘식료품비’를 꼽았으며, 의료비는 13.1%, 의류비 5.6%, 난방비 5% 등이었다.

동구는 노숙인지원시설 ‘광주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연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구 관계자는 “소외계층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검진,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지역 치과와 연계해 틀니를 무료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식비 지원을 위해 지역 착한가게 이용 쿠폰을 보급하거나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연계해 종합 지원 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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