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남 방역현장 가보니
고흥 이어 무안서에도 AI 확진…럼피스킨병 두 달째 이어져
전남도 방역 인력 정원 밑돌아…담당자 끌어모아 겨우 대처
축산 농가 “이동제한 조치에 옆집도 못가고 경제적 타격” 한숨
무안군 일로읍 일대는 오가는 이 없이 고요한 정적만 흘렀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10일 만난 일로읍 주민들은 “우리 동네가 이동제한 금지구역이 되면서 이웃집조차 들를 수 없게 됐다”고 푸념했다.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확산해 무안군 일대가 방역대로 설정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AI 방역대까지 설정되면서 농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때보다 더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6일 무안군 일로읍의 한 오리농가(오리 1만 6000여마리 사육)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H5형 항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고흥군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올 겨울 첫 AI가 발생한 지 이틀만이다.
방역당국은 무안군의 농장에서 기르는 오리와 반경 500m 내에 있는 양계농장의 닭 8만여마리 등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또 반경 10㎞를 방역대로 설정하고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고 소독 작업을 했다.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방역대 내 가금류는 출하만 가능하고 입식이 제한됐으며, 5일에 한 번씩 가금류 AI검사를 받아야 한다. 농장 관계자의 차량은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동 위치를 확인하며 농장 출입 시 소독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성진(78) 한국오리협회 무안군지부장은 “오리 농가들이 모두 죽을 지경이다. 한 번 AI가 터져서 살처분까지 한 농가는 AI가 잠잠해질 때까지 수년이 지나도 입식을 못 하게 막는 경우도 있다”며 “오리를 새로 키우지도 못하고,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며 살처분 보상비까지 낮추려 한다는 말까지 돌아 온 농가가 AI 확산을 막으려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들도 반복되는 이동 제한 조치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무안군과 신안군 666개 한우 농가, 무안군 47개 닭·오리 농가, 고흥군 10개 닭·오리 농가에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무안군 일로읍에서 20여년째 오리를 키우고 있는 박성진(47)씨는 “우리 농장과 불과 3㎞ 거리에서 AI가 발생했다. 우리 농장에서는 다행히 확진 사례가 없었지만 두려운 마음이 크다”며 “사람을 통해서 옮길수도 있다고 하니 다른 농가나 타지로 돌아다니기도 꺼려진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꼴로 농장 주변 논·밭에까지 소독약을 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시호 전국한우협회 무안군지부장은 “사룟값은 계속 오르는데 판로는 막히고 이동제한조치까지 이어지니 축산농가가 고사위기에 몰렸다. 전염병이 퍼질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로 구성된 방역 요원들은 “지난 10월 말 발생한 럼피스킨 방역대가 채 해제되기도 전에 AI가 발생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요원을 하겠다는 지원자가 날로 줄어 방역 인력조차 충원되지 않은 상태라 업무 하중이 더하다는 것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본부) 전남도본부에 따르면 10일 현재 전남도본부 방역직원은 정원 74명이나 현원은 68명뿐이다.
각종 가축질병 확산으로 방역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신규 채용 직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이 방역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본부는 지난 2019년 26명, 2020년 6명, 2021년 8명, 2022년 5명의 방역직 직원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역본부는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인근 시·군 지자체 공수의, 방역업무 담당자 등을 모두 끌어모아 겨우겨우 한 고비씩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본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정비할 시간조차 갖추지 못했는데 연속으로 전염병이 발생하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며 “방역직원 충원과 이들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대책이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안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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